동료 병사들은 왜 대응 못 했나…진돗개 하나 늑장 발령 말년 병장에 '뻥 뚫린' 軍 차단로…전역 앞두고 왜 범행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총기 난사 뒤 무장탈영한 임모 병장이 23일 체포 작전에 나선 군(軍)의 투항 권유 끝에 자해 후 생포됐다.
이로써 지난 21일 오후 8시15분 총기 난사 이후 '무장탈영→총격·대치→주민 대피→포위→총기 자해'로 이어진 긴박했던 상황은 무려 43시간 만에 종료됐다.
그러나 군은 K-2 소총과 실탄으로 무장한 임 병장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안이한 대응과 늑장 조치로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임 병장의 총기 난사에 대한 초기 대응 미흡, 진돗개 상황 늑장 발령, 말년 병장에게 뻥 뚫린 차단로 등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대목이다.
◇ 초기에 대응 사격 왜 없었나?
임 병장의 총기 난사는 주간 근무를 마친 동료 병사들이 생활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각 초소에서 나와 모여 있는 상태에서 벌어졌다.
근무 교대 전·후 장병은 모두 같은 분량의 총탄과 수류탄을 소지하고 있다.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해도 임 병장 한 사람에게 완전히 제압당한 점은 의문이다.
특히 총기 난사 장소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소초(생활관)에서도 충분히 총성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전혀 대응이 없었다는 사실도 의아한 부분이다.
생활관 안에 있던 비무장 상태의 장병은 그렇다 쳐도 생활관 외부의 일부 무장 병력 역시 임 병장이 12명의 사상자를 내고서 도주에 성공하기까지 전혀 제지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임 병장이 실탄 10여 발을 발사해 5명이나 숨지게 한 점도 의문이다.
임 병장은 총기 난사에 앞서 수류탄 1발을 동료 병사를 향해 투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5명의 사망자는 모두 임 병장의 총격에 의해 숨졌다.
이 때문에 임 병장이 난사라기보다는 '조준 사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는 임 병장의 이번 범행이 '우발적 범행'이냐 '계획 범행'이냐에 대한 중요한 단서인 셈이다.
또 근무를 마친 뒤 곧바로 무기를 반납하지 않고, 동료 병사들이 후방 보급로 삼거리 지역에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수류탄을 투척한 점도 계획 범행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 진돗개 '하나' 늑장 발령…왜
12명의 사상자를 낸 임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8시 15분께 발생했다. 그러나 국군 방어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는 당일 오후 10시 12분께 내려졌다.
간첩 침투 상황이나 무장 탈영병 발생 시 30분 ∼40분 이내에 발령되던 진돗개 상황이 이번에는 2시간이나 걸린 이유는 뭘까.
현지 부대는 사건 발생 5분뒤인 네오후 8시 20분께 22사단 사령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8분 뒤에는 위기 조치반이 소집됐다.
또 오후 8시 36분에는 임 병장이 남쪽 민간인 지역으로 내려갈 수 없도록 차단선을 설정했다.
그러나 군은 사건 발생 2시간여 뒤인 오후 10시 12분께 최고 수준의 군·경 합동 비상 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이는 부대 측이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조용히 해결하려다 늑장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건 초기 군이 자체 병력만으로 사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작전 내내 군이 경찰에 보안유지를 이유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 말년 병장에게 '뻥 뚫린' 軍 차단로
군 당국의 늑장 대처 속에 임 병장은 사건 발생 18시간 만인 지난 22일 오후 2시17분 추격조와 처음 조우해 첫 총격전을 벌였다.
민통선 이남 지역의 턱밑인 고성군 현내면 제진 검문소 북쪽 300m 지점은 사고가 난 GOP 부대에서 북동쪽으로 7㎞가량 떨어져 있다.
임 병장이 18시간에 걸쳐 민통선 이남 턱밑까지 이동하는 동안 군의 차단로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임 병장은 첫 총격전 이후 이날 오전까지 밤사이 민통선 이남 주민들이 거주하는 명파리를 거쳐 대북리와 마차진리까지 남쪽으로 3∼4㎞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 540여명은 추가 총격전에 대비해 긴급 대피하는 등 공포감에 휩싸인 채 밤을 지새워야 했다.
결국 임 병장 체포를 위해 작전지역에 9대 대대 병력을 배치한 군의 도주 차단로는 전역을 3개월여 앞둔 말년 병장에게 농락당하듯이 뚫린 셈이어서 이 부분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 전역 3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 왜?
사건을 벌인 임 병장은 오는 9월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다.
과거 군부대 내에서 총기 사고를 일으켜온 주체가 부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구타 등 괴롭힘에 시달려온 하급병들이었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임 병장은 2012년 12월 17일 입대한 이후 이듬해 1월 28일 사고 부대에 배치돼 1차 인성 검사에서 사고유발 고위험군에 속하는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다.
실제로 같은 부대원들에 따르면 임 병장은 자주 불안 증상을 보였다.
일부 부대원은 가족에게 임 병장을 가리켜 '선임자 중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7개월 뒤 2차 검사에서는 상태가 호전돼 'B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이에 GOP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하고, 부분대장으로 분대도 이끌었다.
하지만 막중한 책임이 부여되는 경험이 임 병장에게는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정서 불안을 가중시켰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특정 사건으로 스트레스 임계점을 넘기면서 벌인 일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현재 임 병장의 가족은 부대 내 폭행이나 조직적인 왕따 등 가혹행위 가능성도 제기하는 상태다.
그러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도 제대를 코앞에 둔 장병이 목숨을 내놓고 총기를 휘두른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군대 내 각종 사고에 대한 조사가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은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쉽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임 병장의 범행 이유에 대해 여러 각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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