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22일 적의 탄도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는 ‘지상발사 중간단계 미사일 방어’(GMD) 체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이후 6년만의 요격시험 성공으로, 그간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온 GMD체계 구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GMD체계는 북한 이란 장거리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을 상정하고 있다.
이날 낮 12시 태평양 마샬군도의 콰젤란환초 시험장에서 가상 적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 길이 14m의 미사일 사거리는 북한 대포동 1,2호와 유사한 3,000~5,000㎞로 설정됐다. 발사 직후 인근 이지스 구축함 호퍼와 스파이 레이더(AN/SPY-1), X-밴드 레이더가 미사일과 그 궤도를 탐지, 추적해 미 본토 통제본부(C2BMC)에 타전했다.
6분 뒤 약 8,000㎞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이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수분 뒤 콜로라도주 공군기지에서 원격 조종된 GBI에서 요격체 킬비클(Kill Vehicle)이 분리되며, 우주공간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탄두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사용된 킬비클은 2세대 외기권 파괴비행체(CE-II)로 음속 20배인 초속 8㎞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따라잡았다. 미사일방어청(MDA)의 제임스 사이링 청장(해군 중장)은 “본토 방어 MD체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평했다.
미국은 2004년 북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GMD를 추진한 이래 8차례 요격시험에서 세 번만 성공했다. 이번 시험마저 실패했을 경우 예산낭비 논란이 다시 거세질 상황이었다. 미국은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주에 30기의 GBI를 배치했고 약 10억달러가 소요되는 14기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미연방회계감사원(GAO)에 따르면 한번의 MD시험에 2억달러 가량이 든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전략은 저고도의 단거리 미사일은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대기권 밖에서 진입하는 고고도 미사일은 사드(THAAD)나 SM-3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우주궤도를 고속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GMD는 100㎞ 이상 고도에서 초속 수십 ㎞의 속도로 움직이며 미사일을 격추, 파괴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에 어려움이 크다. GMD에는 보잉, 레이시온,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등 미국 유수 군수기업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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