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물가 반영하는 제도 지난해 8월 도입된 이후 재고 늘고 가격은 되레 올라
올해엔 원유값 ℓ당 25원↑ 유가공업체 "공급초과" 반발 누적연동제 도입 주장
"사료비 인상 등 생산비 늘어" 낙농가는 인상 불가피 입장 오늘 협상서 의견 조율키로
우유와 유제품 가격 변동이 걸린 원유(原乳)가격연동제를 둘러싸고 유가공업계와 낙농가가 갈등을 빚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가공업계와 낙농가가 원유가격연동제 적용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는 2∼3년에 한 번씩 낙농가와 유가공업계가 원유가격 협상을 벌일 때마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유가공업계와 낙농가는 정부 통계치를 근거로 매년 8월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올해 원유 가격은 ℓ당 25원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가공업체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8월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우유 소비자 가격이 ℓ당 평균 220원 오르는 바람에 우유 소비가 줄어 재고가 쌓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유 재고는 11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국내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젖소들의 우유 생산량이 늘어 공급 초과 상태”라며 “유가공업체들은 낙농가와 계약을 맺으면 유제품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원유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유제품 재고가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유가공업체들은 원유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유제품 재고가 쌓여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 가격을 올리면 더더욱 팔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유가공업체 또 다른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ℓ당 25원 오르면 소비자 가격은 제조비와 유통비가 더해져 ℓ당 35원 오르게 된다”며 “공급 초과인데도 가격을 올리면 팔리겠는가”고 반문했다.
따라서 유가공업체들은 유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 없으니 올해 원유가격연동제 적용을 유보하고 내년에 한꺼번에 적용하는 누적연동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제품 가격인상은 우유나 치즈 등이 들어가는 빵, 과자 등 다른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하지만 젖소를 키우는 낙농가들은 사료비 인상 등 생산비가 올라서 올해 원유가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낙농가 측은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계산한 원유가격의 인상·인하폭이 전년도 원유 가격의 2%이내이면 원유가격을 동결하는 안을 제시했다”며 “그런데 이번 ℓ당 25원은 지난해 원유 가격의 2.7%에 해당하는 만큼 2%를 넘어섰으니 원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유가공업체와 낙농가들은 서로 대립되는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23일 협상을 갖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만약 여기서 협상이 이뤄지면 정부, 낙농관련학회, 소비자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28일 원유가격연동제 수정안이 의결되며 원유 가격 인상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유가공업계 관계자는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도 서로 간의 입장 충돌로 원유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이후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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