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사업장 자립 지원, 보육원생 1대 1 맞춤 상담·후원,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애경
경기 파주에 위치한 중증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 형원에서 일하는 정모(41)씨는 매일 이른 아침 애경의 주방세제 ‘트리오 브라보’ 생산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20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손가락을 잃고 지체장애 4급 판정을 받은 그는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새벽 우유배달을 해왔는데 애경이 자사 제품 생산을 형원에 맡기면서 지난 해 든든한 일자리가 생긴 것. 정씨는 “월급은 기존 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불안한 마음도 사라졌다”며 “요즘은 일을 하면서 생활의 활력도 찾고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말했다.
형원과 같은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은 새로운 직업재활시설 모델로 중증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애경과 형원의 만남은 201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경은 장애인에게 단순히 일감을 주는 것을 넘어 안정적 매출을 통해 장애인 사업장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애경은 약 8개월간 형원의 외주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사업을 진행, 지난 해 7월부터 주방세제 트리오 브라보를 형원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는 섬유유연제 ‘아이린’을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
애경 측은 “그 동안 대기업의 장애인 사업장 지원은 소규모의 주문자상표생산방식(OEM)과 같은 단순외주를 주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 경우 장애인 사업장의 단기적인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오히려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경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 및 원료 설비 ▦생산 및 품질 관리 시스템 개선으로 나눠 형원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바꿨다.
먼저 애경은 기존 손수건과 스티커 등을 소량 생산했던 형원의 기존 설비를 고려해 생산 품목을 주방세제로 결정하고 품질관리, 연구소, 마케팅 부서의 담당실무진이 20회 이상 형원을 찾아 생산설비, 원료설비 노하우를 전수했다. 또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 대량생산될 수 있도록 품질관리 인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직무교육까지 담당했다.
애경의 지원 덕에 형원에는 대량생산에 맞는 설비와 관리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원료의 배합부터 제품 포장에 이르는 생산 소요시간이 2배 이상 빨라졌다. 또 근로자의 역량이 향상되면서 하루 5톤 미만이었던 완제품 생산능력도 20톤 이상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지난 3월부터는 섬유유연제 아이린도 월 평균 2만7,000여개가 형원에서 생산된다.
애경 고광현사장은 “형원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은 사회적 배려대상자인 장애인의 사회참여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애경과 형원 모두가 진정한 동반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위치한 애경 중앙연구소도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소외 아동 돕기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1992년부터 시작한 대전 하소동 성심보육원 원생과의 1대1 맞춤 봉사활동은 가장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꼽힌다. 사회복지법인 성심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아동 양육시설인 성심보육원은 총 80여명의 아이들이 정부, 사회기관 등의 도움을 받고 있는 시설.
1대1 맞춤 봉사활동은 한 명의 연구원이 한 명의 성심보육원생을 담당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기획된 것으로 연구원들은 제품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육원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진로 상담과 개별 과외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연구원이 보육원생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6년 동안 담당함으로써 장기적인 상담과 후원을 가능하게 했다. 애경 중앙연구소 연구원 60여명 전원이 보육원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1대1 맞춤 봉사활동의 경우 50여명의 보육원생 중 20여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애경 중앙연구소는 또 1인 1생명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사랑의 모자 뜨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구소 임직원들이 매년 1회 50~60개의 모자를 제작해 국제 아동구호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하고 있는 데 지금까지 총 250개의 모자를 전달했다.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은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신생아를 돕자는 취지로 시작된 참여형 기부활동이다. 신생아에게 털모자를 씌워주면 체온을 2도가량 높여줄 수 있어 사망률을 약 70%까지 낮출 수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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