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앞둔 육군병장 GOP 등서 총기난사 13명 사상
대치ㆍ교전까지... 인근 주민 등 온종일 공포
군 병영문화 개선대책 유명무실, 2년 전 ‘노크귀순’ 부대 또 구멍
전역을 3개월도 남기지 않은 육군 병장이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도주하다 아군과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당국은 사건 발생 이틀째인 22일 밤늦게까지 탈영병과 대치를 벌였다.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한 임모(22) 병장은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관심병사’로 확인돼 군 당국의 병영관리 소홀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북한 무인기의 잇단 침투에 이어 2년 전 북한군의 ‘노크귀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관할부대에서 또 다시 대형사건이 터지면서 군 전체의 기강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방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8시15분쯤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55연대 GOP(일반전초) 소초에서 주간 경계근무를 마친 임 병장이 함께 복귀 중이던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 1발을 터뜨리고 K-2소총 10여 발을 난사했다. 임 병장은 이어 생활관인 소초 밖과 안을 뛰어다니며 총기를 발사했고 이로 인해 김모(23) 하사 등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7명이 부상했다. 총기 난사 직후 임 병장은 실탄 60여 발과 소총을 소지한 채 현장을 벗어나 도주했다.
군 당국은 사건 발생 2시간여 만인 21일 오후10시12분쯤 고성지역에 북한의 국지도발 징후 발생시 내리는 방어준비 태세 가운데 최고 수준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하지만 임 병장은 사고 부대 인근에 숨어있다 사건 발생 18시간 만인 22일 오후2시17분쯤 사고지점에서 10여km떨어진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제진 검문소 인근에 나타나 검문 중이던 병력과 총격전을 벌였다. 임 병장이 수색대의 투항 권유를 무시하고 소총을 난사하는 바람에 소대장 한 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었고 양측의 대치는 22일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2012년 12월 입대해 올해 9월 전역 예정인 임 병장은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관심병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에 따르면 임 병장은 지난해 4월 검사에서 A급 관심병사였다가 11월 검사에서 B급으로 완화됐고, 후방에 있던 소속 부대가 지난해 12월 전방지역을 맡게 되면서 GOP에 투입됐다.
B급 관심병사를 소총과 수류탄 등 살상무기를 지급하는 GOP부대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B급 이하 관심병사는 지휘관 재량에 따라 GOP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가 2011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직후 관심병사 관리 대책 등을 포함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전군에 하달했지만 유명무실한 대책이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국방 문제 전문가들은 “군생활 부적응자를 줄이기 위해 관심병사 제도를 강화하고 지휘관의 면담 횟수를 늘렸지만 이번 사건으로 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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