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강원 고성 육군 22사단 GOP에서 주간 경계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임모(23) 병장이 수류탄을 던지고, 동료 12명(사망 5명ㆍ부상 7명)에게 총을 쏜 뒤 무장 탈영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5분을 넘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부대 내 초동대응 미숙이 더 큰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건 당시 임 병장을 포함한 주간 경계근무자 6명은 생활관으로 복귀 중이었고, 2명은 야간 경계근무를 서기 위해 사건 현장인 삼거리로 향하고 있었다. 임 병장 외에 무장한 군인이 7명이나 더 있었지만 수적 우세에도 그를 즉각 제압하지 못한 것이다. 한 사립대 군사학과 교수는 “생활관 안의 병력은 대부분이 비무장 상태이고, 임 병장과 함께 있던 다른 인원들은 사건이 순식간에 일어나 미처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사건 발생 이후 임 병장이 별도의 어려움 없이 무장탈영은 한 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 병장은 사건을 저지른 뒤 K-2 소총 1정과 남은 실탄 60여발 등을 소지한 채 부대를 탈영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는 하나 소총과 실탄을 든 병사가 부대 밖을 불과 5분여 만에 나갔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군 관계자는 “헌병 수사를 통해 다른 병력들이 임 병장을 왜 즉각 제압하지 못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며 “해당 부대병사들이 근무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특히 전역을 3개월 앞둔 임 병장의 범행동기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주요 군대 총기사건 중 병장이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한 건도 없다는 점을 군 수사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2011년 7월 인천 강화군 해병대 2사단 총기사고는 상병, 2005ㆍ2006년 경기 연천ㆍ가평 육군부대 총기사건은 각각 일병과 이병이 저질렀다. 국방대 관계자는 “임 병장이 줄곧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관심병사였고, 불과 10여발의 실탄을 발사해 5명을 사살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병 간의 따돌림, 간부와의 불화에서 비롯된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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