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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의 감초 중견 탤런트…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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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의 감초 중견 탤런트… 약일까 독일까

입력
2014.06.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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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연기력으로 신의 한 수 호평 속 자칫 원맨쇼 드라마로 흐르기도

제작진 믿을땐 섭외 경쟁 치열 겹치기 출연 잦아 시청자 캐릭터 혼란

중견배우들이 안방극장을 빛내고 있지만 그들의 지나친 중복출연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KBS'골든크로스'의 정보석(왼쪽부터), MBC'빛나는 로맨스'의 이휘향 KBS.MBC제공
중견배우들이 안방극장을 빛내고 있지만 그들의 지나친 중복출연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KBS'골든크로스'의 정보석(왼쪽부터), MBC'빛나는 로맨스'의 이휘향 KBS.MBC제공

상반기 안방극장의 주인공은 단연 중견배우들이다. 악랄한 악역을 맡아 극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눈물을 쏙 빼는 가족애를 보여준다. 빼어난 연기력을 무기로, 드라마가 요구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를 보면 그런 면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보석(52)은 19일 종영한 KBS 수목극 ‘골든크로스’의 히든 카드였다. 김강우, 이시영, 엄기준, 한은정 등 젊은 배우들에게 보란 듯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극중 정보석이 연기한 서동하는 경제기획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하다 경제부총리에 내정되는 인물로 나온다. 상위 0.001%의 비밀 클럽인 ‘골든크로스’의 멤버로 세상을 아우르려는 욕망을 표출한다. “내가 어떻게 쌓아온 경력인데 너 따위가 한 순간에 무너뜨려!” “내가 대한민국을 금융강국으로 만들려고 어떻게 판을 짜왔는데!” “너만 없어지면 내가 다시 국민들을 위해 멸사봉공 할 수 있어” 등 나라를 위한답시고 살인을 정당화하는 서동하의 대사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살인과 살인미수 등 막장 스토리로 지탄을 받은 드라마지만 정보석의 연기는 그것과 별개로 ‘골든크로스’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중 서동하의 40년 지기로 등장해 온갖 악행을 저지른 변호사 박희서 역의 김규철(54)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바이러스성 대상포진으로 성대가 마비되는 상황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을 뿜어냈다. 김규철은 극 중 허스키한 목소리로 연기했는데 이를 두고 “목소리까지 변조해 연기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두 배우는 의심할 여지 없이 극의 중심이었다.

20일 막을 내린 MBC 일일극 ‘빛나는 로맨스’는 이휘향(54)의 원맨쇼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뚤어진 욕망을 가진 이휘향은 자신의 딸을 부잣집 딸로 바꿔치기하고 그 딸이 살고 있는 집의 집사로 들어간다. 그 뿐 아니라 밤이 되면 팜파탈로 변신해 음주를 즐기는 등 카멜레온 매력을 발산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자신이 던진 화분에 딸 채리(조안)가 맞아 쓰러지자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실성하기까지 했다. ‘빛나는 로맨스’가 출생의 비밀과 사기, 협박, 감금 등을 담은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였지만 빗나간 모정과 물질만능주의 캐릭터를 보여준 이휘향의 연기만은 탁월했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그러나 중견배우들의 이 같은 열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출연이 ‘독이 든 축배’이라는 지적도 다른 한편에서 나온다. 멋진 연기를 선보인 이휘향은 ‘빛나는 로맨스’와 SBS 아침 일일극 ‘나만의 당신’에 겹치기 출연했다. 그는 ‘나만의 당신’에서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재벌가 사모님으로 분해 재산 등을 둘러싸고 욕망을 드러낸다. 그가 출연한 두 드라마가 매일 방영되는 일일극인데다 맡은 역할까지 비슷해 “어떤 드라마를 보는지 헷갈린다”는 시청자가 많았다.

정애리(54) 역시 어머니 역할로 드라마를 빛냈지만 최근 드라마 세 편에 중복 출연해 도마에 올랐다. KBS ‘골든크로스’에서는 김강우의 헌신적인 엄마로, KBS 아침 일일극 ‘순금의 땅’에서는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세운당 마님으로, 15일 종영한 SBS ‘엔젤아이즈’에선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의사로 등장했다. 그러니 일주일 내내 그가 TV에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연기력이야 두 말 할 필요가 없지만 자칫 식상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상중(49)도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MBC 수목극 ‘개과천선’에서 유명 로펌 대표로, SBS 월화극 ‘닥터 이방인’에선 의사로 등장한다. 김상중은 두 드라마에서 외모와 말투가 흡사해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외주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장르물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위해 연기력이 탄탄하고 대본 해석 능력이 뛰어난 중견배우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면서도 “제작진들이 몇몇 믿을 만한 중견배우들을 두고 치열하게 섭외 경쟁을 하기 때문에 중복출연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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