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英주점서 발생한 폭탄테러 용의자로 몰려
15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 재조사 끝에 무죄 입증돼
"복역 사실이 나를 괴롭혀" 석방 후 여러 번 자살 시도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의 실제 모델인 제리 콘론이 22일 지병으로 숨졌다. 향년 60세. 콘론은 1974년 영국 길포드 주점에서 발생한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폭탄 테러의 용의자로 몰려 15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영국 정부의 재조사 끝에 무죄 석방된 인물이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제리의 오랜 변호사인 가레스 피어서는 “제리 콘웰이 벨파스트 자택에서 숨졌다”고 이날 발표했다. 콘론의 가족은 “그가 얻은 것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했다는 것”이라며 “불의를 향해 감았던 눈을 뜨게 했다”고 말했다. 콘론은 테러 사건 직후 영국 경찰의 고문과 살해 위협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한 뒤 살인죄로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고로 7명이 숨졌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1975년 실제 범인인 IRA 단원들이 체포돼 재판에서 “콘론은 누명을 쓴 것이고 우리가 진범”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콘론을 구하려는 술책’으로 간주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콘론은 89년 석방되면서 “나는 행하지 않은 범죄 때문에 15년을 복역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의 억울한 이야기는 ‘입증된 무죄(1993)’로 소설화 됐으며 94년에는 이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가 개봉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당초 이들을 기소할 때부터 경찰은 정확한 증거 없이 무리하게 수사한 사실이 입증된 셈이고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사법체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됐다.
그의 비극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콘론이 체포된 지 얼마 후 아버지(패트릭 주세페 콜론) 마저 폭탄 제조 혐의로 체포돼 복역하다 80년 결핵으로 숨진 것. 이에 80년 아일랜드 가톨릭 수녀인 사라가 콘론 구명운동을 벌였고 영국 정부가 재조사를 실시해 그의 자백이 위조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콘론은 89년 석방됐다. 2005년에는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콘론 등 ‘길포드 4인방’(길포드 주점 테러사건 복역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석방 후에도 콘론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알코올ㆍ마약 중독과 싸워야 했고,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콘론은 4년 전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감옥에 있는 동안 자살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항상 그 생각을 하고 있고 악몽처럼 나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또 “석방 후 몇 년 동안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우는 일 뿐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죄 없이 복역한 트라우마를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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