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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 재산분할

입력
2014.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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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도와줄 여성 변호사를 5,000년 동안 기다려 온 여성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1914~1998) 선생은 1952년 변호사 개업 당시를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여성의 권리는 간 데 없고 오히려 법 때문에 억울한 여인이 되어야 하는 것에 분노”했던 그는 1956년 여성법률상담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설립하고 호주제 폐지와 이혼 제도 개선 등 가족법 개정 운동에 평생을 헌신했다.

▦ 선생이 일찍이 주장한 이혼시 재산분할 청구권은 1991년에야 도입됐다. 초기에는 경제권을 쥔 남편 몫을 100%로 잡고 아내의 기여도 등에 따라 일부를 떼어주는 식이었다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가사노동 가치평가가 높아지면서 초기 몫을 각각 50%로 정하고 조정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2012년 서울가정법원의 재산분할 판결 분석 결과, 아내가 50% 이상을 받은 경우가 22.5%로 2005년 9.4%에 비해 크게 늘었다. ‘50 대 50’ 균등분할 판결도 같은 기간 29.9%에서 37.4%로 늘었다.

▦ 이제 관심은 비율보다 분할 대상에 쏠리고 있다. 명의에 상관없이 혼인기간에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나누는데, 재산 형태가 다양해져 셈법이 복잡하다. 최근엔 배우자가 장래에 받을 퇴직금이 논쟁에 올랐다. 대법원은 얼마 전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어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던 판례의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 이번 사건은 퇴직금이 4,000만원 가량인 연구원 남편이 교사인 아내의 퇴직금 1억원을 분할해 달라고 청구한 것이다. 이 제도가 당초 경제적 약자인 여성의 권익보호에 방점이 찍혔던 걸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19일 공개변론에선 “퇴직금은 후불 임금 성격이어서 당연히 분할 대상이다”는 견해와 “국민연금을 제외한 여타 연금법에는 분할규정이 없어 판결로 분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황혼이혼 증가와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재산분할을 둘러싼 부부 간의 다툼은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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