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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담화 韓과 문구 조정"... 日의 역사 농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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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담화 韓과 문구 조정"... 日의 역사 농간

입력
2014.06.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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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모집 강제성 명기 정치적 타협 산물로 몰아 외교부 "사실관계 호도" 양국 간 갈등 더 고조 전망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도로에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행사 시도를 규탄하는 글귀가 칠해져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도로에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행사 시도를 규탄하는 글귀가 칠해져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는 20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고노 담화 전문 보기) 작성 과정에서 한일 양국 정부의 문구 조정이 있었다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문구는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안부 모집과 위안소 설치에 일본군이 간여했음을 더 분명히 하고 위안부 모집이 강제적이었다는 점을 명기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고노 담화를 사실상 한일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처럼 보이게 하는 데다 정부간 외교 협상 내용을 일방으로 공개한 것이어서 한일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 부장관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일본측은 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인식에 입각했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실시한 조사를 토대로 사실을 왜곡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 정부의 의향과 요망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럴 수 없는 부분은 거부하는 자세로 사전에 한국측과 담화 문구를 조정했다”고 명기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문구 조정이 ▦위안부 모집시 군의 관여 ▦위안부 모집 과정의 강제성 ▦위안소 설치시 군의 관여 등 세 가지 대목에서 진행됐으며, 위안부 모집 주체를 ‘군이 아닌 군의 의향을 수용한 업자’로 했다가 한국이 ‘군 또는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하자는 의견을 내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이)이뤄졌다’는 문구도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명시해달라는 한국의 의향에 따라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안소가 군의 요청으로 설치됐다는 내용도 한국과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담화 문구를 일 정부가 주체적으로 결정했다면서 핵심 내용에 한국 정부 의사를 반영했다는 것은 교묘하게 담화 내용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향후 일본 보수세력의 담화 폐기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또 “담화 작성 당시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를 청취조사 했으나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추가 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담화 발표 직전에 양국 정부가 문구 조정 사실을 대외에 공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운데)가 평통사 주최로 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 정권 규탄 기자회견 때 정문 대신 민원인 출입문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통사 회원들은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 항의표시로 대사관을 향해 계란과 고무신 등을 던졌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운데)가 평통사 주최로 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 정권 규탄 기자회견 때 정문 대신 민원인 출입문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통사 회원들은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 항의표시로 대사관을 향해 계란과 고무신 등을 던졌다. 연합뉴스

우리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검증 결과는 사실 관계를 호도함으로써 고노 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가 자체적인 조사 판단을 기초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담아 발표한 일본 정부의 문서”라며 “우리 정부는 진상 규명은 양국간 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했으며 일측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였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일본 정부가 “검증이라는 구실 하에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또다시 건드리는 행위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국제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역사를 뒤집으려는 그 어떤 기도도 인심을 얻을 수 없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군 위안부는 일본 군국주의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아시아 피해국 인민들에게 저지른 중대한 반인류적 죄행으로 이에 대한 증거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증을 주도한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역사 연구와 평가는 전문가의 손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고노담화란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4일 자민당 정권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담화다. 일본 전문가들의 위안부 자료 발굴과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첫 위안부 증언 이후 일본 내에서 위안부 소송이 제기되는 이 문제가 한일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일본 정부는 처음 위안부 동원은 업자들의 짓이지 군이나 정부가 간여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그러다 1992년 1월 아사히신문이 방위청 자료를 발굴해 일본군의 위안부 간여 사실을 보도하자 일본 정부의 태도에 바뀌기 시작했다. 이틀 뒤 가토 고이치 관방장관이 “군의 간여를 부정할 수 없다”는 담화를 냈고 당시 한국을 방문한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노태우 대통령에게 공식으로 사죄까지 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본격적인 위안부 동원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위안부 할머니 16명을 포함한 관련자 100여명에 대한 청취 조사, 미국 국립문서보관서 자료 조사 등이 진행됐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고노 담화다.

고노 장관은 담화에서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이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모집도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으나 그 경우에도 감언ㆍ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고 일본군과 정부 간여를 인정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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