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Colloquial Grammar(문법과 구어)
Friend Me(나를 친구로 등록해 주세요)
1999년 싸이월드가 Social Network Service를 시작하면서 사이버 환경에서 가상의 촌수 맺기가 등장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 설정으로 ‘1촌을 맺다’는 말이 유행을 탔다. 부모와 자식 간의 촌수를 말하는 ‘1촌’을 동사로 활용한 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었다. 미국에선 Facebook의 등장으로 ‘촌수를 맺다’를 하나의 동사로 간주하는 일이 활발해졌다. 영어에서 ‘friend’라는 명사를 ‘누구누구와 친구를 맺다’ ‘친구로 등록하다’는 동사로 쓰는 건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에서 ‘친구로 등록하다’고 말하는 국내의 문화와 거의 동시대적이다.
‘Friend’의 동사적 용법과 역사가 궁금해서 자료와 고서를 뒤져보니 ‘Disorder, that hath spoil’d us, friend us now!’와 같은 예가 있다. 1599년 Shakespeare의 희곡 ‘Henry V’에 나오는 대사다. 이것만 봐도 friend를 동사로 쓰는 것은 지금의 Facebook 창업자 Mark Zuckerberg가 처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니 13세기부터 꾸준히 사용되어 온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13세기 비구니 안내 책자에는 ‘Make no purses, for to friend yourself therewith.’라는 표현이 나온다. 어차피 자신을 친구로 여기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여자의 핸드백은 만들지도 말라는 내용이다. 14세기 기록에도 ‘자비가 사랑이고 사랑이 곧 자비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 안에서 서로 돕도록 하셨다.’(Charity is love, and love is charity. God grant us all therein to be friended.)는 표현이 있다. 15, 16세기엔 ‘아무나 친구로 삼는 사람은 아무에게나 아첨을 한다’(Friend they any, that flatter many.)는 어록이 있다. Oxford 사전은 15세기경부터 friend가 동사로 쓰인 예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구로 맺다’의 반대 의미인 ‘누구와는 더 이상 친구로 연락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unfriend라는 말을 쓴다. Unfriend의 용법만큼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용례일지 모른다. Nissan 자동차의 Friend-Me 개념이나 Tweet Me, Friend Me 등의 표현과 더불어 2012년부터는 TV 시리즈로 ‘Friend Me’라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필요에 따라 바뀌고 변하는 언어적 특성을 감안하면 디지털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어의 품사와 용도가 무한 변화를 겪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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