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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사들이는 기업들, 책임경영 의지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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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사들이는 기업들, 책임경영 의지라는데...

입력
2014.06.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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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말단직원까지 매입

주가 상승 등 효과 불구

"위기 모면용" 지적도

주요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가 직접 나서기도 하고 최고경영자(CEO)에서 말단 직원까지 두루 자사주를 취득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사주 매입이 회사 주가가 가치보다 하락했다는 판단과 함께 책임경영을 펼치겠다는 일종의 ‘의사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카드이기도 해 이런 기업들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장사들이 많이 눈에 띈다. 18일 하나투어, 삼환까뮤, 삼성생명이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매입한다고 공시했고, 대우인터내셔널, 대교, 동양증권 등도 이달 자사주 매입 의사를 밝혔다. NHN엔터테인먼트, KT, 광동제약, 대신증권, SK, 제일기획, 대창, 동국제강, 제일기획 등도 최근 자사주 매입 의사를 비쳤고,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이 18일 자사주 2만6,042주를 취득한 것처럼 이상철(LG유플러스), 김종중(삼성전자), 이인용(삼성전자), 정연주(삼성물산), 정몽원(한라그룹), 박종인(GS건설) 등 주요기업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양증권, 유진증권,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의 CEO들이 추락한 회사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이유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창립 60돌을 맞아 정규직원뿐 아니라 계약직원, 인턴사원에게도 자사주를 60주씩 매입할 수 있는 현금을 지급하며 책임경영을 다짐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이 늘면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주가 상승’이란 공식이 성립한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주 입장에서는 순이익과 배당을 나누는 절대 수가 줄어 결국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효과가 있어 일단 긍정적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8~2013년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상장사의 평균 수익률은 코스피 지수 상승률보다 20거래일에는 3.8%포인트, 60거래일에는 6.2%포인트, 120거래일에는 14%포인트가 각각 높았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순수하게 주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종종 주가 급락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력 약품인 인사돌의 효능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동국제강,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해 역시 주가가 급히 빠져 95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인 제일기획 등 상당수 상장기업이 이 같은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나투어나 NHN엔터테인먼트처럼 구체적인 실적개선 없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해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외국과 달리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것만 봐도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겠다는 의지와 동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유럽 등 증시 선진국에 비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거나 배당성향을 높이는 식의 주주 환원 정책이 국내에서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특별한 실적 개선 없이 일부 투자자를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다가 자칫 주가하락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업들도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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