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일 발표하는 고노 담화 검증결과는 내용의 민감성과 파급력에 비춰 향후 한일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악화한 양국관계가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고노 담화를 훼손할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일본 정부가 1993년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우리 정부가 중시하는 건 이를 한일관계의 근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고노 담화를 계승해야 그 정신을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의 접점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한일 정상회담을 거쳐 내년 한일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양국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노 담화가 오랜 과거사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는 것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ㆍ1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생존 할머니들의 숫자까지 언급하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화답했고, 3월 말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일본측이 고노 담화 발표 당시 양국간 외교 접촉과정을 언론에 흘리며 마치 정치적 타협에 따라 담화를 작성한 것으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한일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외교관계의 기본적인 신의마저 내팽개쳤다며 불쾌해 하고 있다. 반면 일본측 관계자는 18일 “한국도 입맛에 따라 과거 외교협상 과정을 공개한 전례가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우리측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불신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20일 발표 내용이 고노 담화를 부정하거나 훼손할 경우 한일 양국은 당시 정황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자연히 양측은 관련 자료를 총동원해 상대방을 공박할 것이고, 한일관계는 과거사 프레임에 갇혀 경색 국면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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