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들 취직시켜 줄테니..." 노인 울린 일자리 사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들 취직시켜 줄테니..." 노인 울린 일자리 사기

입력
2014.06.20 03:00
0 0

취업 좌절한 자녀 둔 6명에 3억7000만원 가로채

광주 운암동에 사는 부자가 낮에 하는 일이라곤 방바닥에 드러누워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리는 것이 고작이다. 은퇴한 박모(68)씨는 전문대를 졸업한 뒤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36)과 이렇게 보내는 일상이 무척 괴로웠다. 한때 공사장 일용직을 전전하며 나름 ‘홀로서기’를 하려 애쓴 아들이기에 혼 한 번 내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타들어만 갔다.

아버지는 지난해 3월 구세주 같은 사람을 만났다. 아는 보험설계사 소개로 만난 박모(41)씨가 “자동차회사 노동조합에 있는 친구를 통해 아드님을 경비직으로 취직시켜 줄게요”라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경비면 어떠냐, 대기업인데’라고 생각한 아버지는 그의 요구대로 3,500만원을 보냈다. 아들의 결혼 자금으로 모은 돈이었다.

13일 뒤 아버지는 박씨의 “노조에서 돈을 더 요구한다. 1,000만원을 더 달라”는 말에 자신의 노후 생활자금까지 몽땅 털었다. 하지만 회사에선 감감무소식이었다. 박씨는 자동차회사 노조 간부를 알기는커녕 직업도 없었고, 사기 등 전과 12범이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노인과 부녀자 등 6명을 상대로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0대 자녀의 대기업 취업 알선비 명목으로 3억7,000여만원을 받아 달아난 혐의 등으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박씨는 취업 문턱에서 좌절한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악용해 돈을 뜯어내는 악성 사기꾼이었다.

광주에 사는 송모(51ㆍ여)씨는 지난해 3월 박씨에게 아들의 취업을 부탁하며 4,880만원을 주었다. 박모(51)씨도 같은 달 “아들이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며 2,400만원을 내밀었다. 사기 당한 이들은 노후자금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조사결과 쉽게 속일 수있는 범행 대상을 찾던 그는 고객정보를 많이 아는 보험설계사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보험설계사인 양모(54ㆍ여)씨에게 자신을 정수기 외판원이라며 소개하고 보험 하나를 들면서 환심을 샀다. 그는 이내 “같이 먹고 살려면 고객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며 마수를 뻗쳐 노인과 부녀자들의 정보를 넘겨 받았다. 박씨는 양씨에게도 “아들을 경비직에 넣어주겠다”고 속여 8,747만원을 뜯어냈다.

박씨는 심지어 친구 김모(41)씨에게 같은 수법으로 사기 쳐 1억4,600만원을 가로채 잠적하기도 했다. 김씨의 피해액 일부는 박씨가 “증권사에서 91억원을 받으면 갚겠다”며 빌려간 돈이다.

경찰은 이 같은 사기 6건으로 지난해 12월 2일 기소중지 돼 수배를 받던 박씨를 지난 10일 광주 후평동 박씨 동생 집 인근에서 검거했다. 경찰은 그가 동생 명의의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아내 동생 집에 올 때를 기다렸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취업난이 워낙 심하니 자식 취업을 미끼로 한 범죄가 극성”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를 받는 동안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30대 실업자는 18만4,000여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만9,000여명(3.1% 포인트) 늘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