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하느님의 응답을 듣고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속여 기독교 신자들에게 돈을 뜯어낸 7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정석종 판사는 기독교 신자 3명에게 하느님의 응답을 전해주겠다며 헌금을 요구, 약 8년간 362회에 걸쳐 10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이모(73ㆍ여)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2005년 자신이 다니던 경기 가평의 한 기도원에서 신자들을 상대로 ‘하느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신다. 난 영적 능력이 있어 앞일을 예견할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은 신자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 등 신자 3명이 이씨에게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을 듣게 해달라”며 연락을 해왔다.
이씨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응답 중에 어려운 교회에 필요한 헌금 액수도 정해주신다. 헌금은 미국 개척교회 운영비처럼 좋은 일에 쓰인다”며 돈을 낼 것을 종용했다.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헌금을 내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씨의 말에 A씨는 2005년 9월 618만원을 시작으로 2012년 4월까지 260회에 걸쳐 총 4억4,000여만원을 헌금으로 전달했다. 피해자 B씨는 73회에 걸쳐 4억7,000여만원을, C씨는 29회에 걸쳐 8,000여만원을 이씨에게 갖다 바쳤다.
이씨는 피해자들에게서 뜯어낸 돈의 대부분을 자신의 남편과 아들 명의의 부동산과 사치품을 구입하는데 써버렸다. 특히 신자들이 ‘미국 개척교회 목사 계좌’로 알고 헌금을 보낸 두 계좌는 모두 이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이들의 것이었다.
정 판사는 “피해자들의 신앙심 등을 이용해 헌금을 내야 불행한 일을 막고 좋은 일이 생길 것처럼 기망한 점, 범행기간이 길고 피해자들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지금까지도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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