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기술은 배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늠자다. 배를 건조하는 공정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국내 조선업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정상으로 올라선 건 70, 80년대 공고를 졸업한 우수 인력들이 유입돼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제조업의 꽃이라는 자동차의 경우 차량 1대 생산에 무려 300~500개의 금형이 필요하다. 용접과 금형 뿐 아니라 주조, 소성가공(단조), 표면처리, 열처리 등 이른바 6대 기초공정 분야는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의 근간이자 토대다. 뿌리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조선ㆍ자동차·IT산업으로 대표되는 국내 제조업의 세계시장 석권은 뿌리산업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 뿌리산업마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월22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뿌리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9.0%가 ‘중국의 뿌리산업 기술력이 국내 기술력을 향후 10년 내 따라잡을 것’이라고 답했다. 6.5%는 이미 중국 기술력이 앞섰다고 말했다. 반면 기술격차 등으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은 39%에 그쳤다. 응답자들은 국내 뿌리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근로환경 개선을 통한 인력수급 원활화(34.0%)를 꼽았다.
뿌리산업은 단기간에 기술 습득이 쉽지 않다. 또 힘들고 위험하고 더럽다는 이른바 3D업종 이미지도 있어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고령화가 심각하고, 외국인근로자의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의 발걸음을 늦출 수 없다. 정부도 이점을 인식해 뿌리산업을 첨단화, 고도화하기 위해 예산지원을 강화하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근로환경의 획기적 개선 및 장인ㆍ기술자가 우대 받는 풍토 조성을 통해 젊은 신규 인력들이 뿌리산업에 활발히 유입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들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제조업의 성패는 사람이고 결국 숙련공 양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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