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의 암운이 국제 원유시장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수도 바그다드를 공격 중인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을 공격하고,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직원들을 긴급 철수시키면서 국제 원유가가 동요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시아파 집권세력과 수니파 반군 간의 내전 위기가 날로 높아가자 엑손모빌과 BP 등 다국적 석유기업들은 이라크 철수를 시작했다. 엑손모빌은 이라크 남부 웨스트 쿠르나 유전에서 이라크 국적이 아닌 근로자들을 철수시키고 있으며,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는 남부 루마일라 유전의 비필수인력에 대해 철수 조치를 내렸다.
이 소식은 곧바로 시장에 반영됐다. 아시아와 미국, 유럽에서 원유가격이 이날 모두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58센트 오른 배럴당 106.55달러를 기록했고, 영국 브렌트 원유도 이날 37센트 올랐다.
국제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한 건 최근 몇 년간 이라크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부분이 유가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을 통제한 반면 전후 복구를 위해 달러가 필요한 이라크는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올 들어 5월까지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332만배럴로 2003년 대비 2.5배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등지의 추가 증산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라크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국제 원유시장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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