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농가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 있는 농가의 가금류는 모두 살(殺)처분하는 관행이 개선된다. AI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되는 경우 오염지역 내라고 하더라도 도축 판매되거나, 특별 방역을 거쳐 계속 기를 수 있게 된다.
1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AI 발생 농가를 기준으로 반경 500m(오염지역) 내 가금류를 일괄 살처분하는 ‘예방적 살처분’ 대신 ‘선별적 살처분’ 방식을 도입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농식품부는 이르면 특별방역기간이 시작되는 올해 10월 이전에 관련 고시를 개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고시가 바뀌면 AI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된 오염지역 내 가금류는 곧바로 도축돼 정상 제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에 팔리게 된다. 출하 연령(닭 32일ㆍ오리 42일)에 못 미치는 어린 개체나 육용(肉用)이 아닌 씨암탉 등은 음성 판정되면 특별 방역을 거쳐 해당 농가에서 계속 기를 수 있게 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예방적 살처분이 과도하다는 농가와 동물보호단체 등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며 “학계도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예방적 살처분을 ‘과학적 근거 없는 대량학살’이라며 반발해왔다.
방역당국은 오염지역 내 가금류를 전수 검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표본 조사 방식으로 농가별 AI 감염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음성 판정이 나온다고 무조건 살처분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형, 육종, 바이러스 특성 등에 따라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의 기준을 세우고 전파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면제할 것”이라며 “일본 등 선진국도 선별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도축장을 엄격히 관리하고, 어린 가금류 등이 남아있는 농장은 주기적 특별 방역을 실시하는 방안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관련 단체 공청회 등을 거쳐 고시 개정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농식품부는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강원 대구 전남 등지에서 AI 발병 사례가 잇따르자 잠정 연기했다.
방역당국은 AI 발생 농가에서 반경 500m 이내는 오염지역, 500m~3㎞는 위험지역, 3~10㎞는 경계지역으로 각각 방역대를 설정하고 있다. 오염지역 내 살처분에 대한 의사 결정은 각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하며, 위험지역 내 살처분 결정은 지자체가 농식품부 승인을 받아 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방역 전문가 풀을 꾸려 지자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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