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석별가' 전시
서울의 도시 풍경 중 하나였던 동대문운동장과 고가도로를 돌아보는 전시가 ‘석별가’라는 제목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동대문운동장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조선총독부가 일왕 히로히토의 결혼을 기념해 경성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해방 후 서울운동장으로, 1984년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2008년 완전 철거돼 그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들어섰다.
산업화 시대에 번영의 상징으로 통했던 고가도로는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다. 2004년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서울의 고가도로 16개가 없어졌다. 국내 최초의 고가도로로 1968년 개통한 아현고가도로도 올해 3월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석별가 Ⅰ: 잘가, 동대문운동장’은 동대문운동장의 83년 역사를 사진과 자료, 스포츠용품을 비롯한 각종 유물을 모아 다큐멘터리 식으로 보여준다. 고교 야구 전성기인 1970년대 스포츠의 메카였고 1986년 프로야구 원년 경기가 열렸던 동대문운동장은 한국 현대사의 영욕을 지켜본 현장이기도 하다. 일제의 조선신궁경기대회, 해방 직후 좌우익의 정치집회,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반공대회 등이 여기서 열렸다. 전시는 동대문운동장을 달군 스포츠 영웅들과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 사람들의 추억도 소개한다.
‘석별가 Ⅱ : 안녕! 고가도로’에서는 서울시가 고가도로 건설을 시작한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역 앞 고가도로 철거를 앞둔 지금까지 서울 고가도로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용산의 삼각지 입체교차로가 생긴 뒤 나온 가수 배호의 노래 ‘돌아오는 삼각지’가 울려 퍼진다. 최근 철거된 아현고가도로는 박정희 정권 시절 외국 정상들이 오면 태극기를 흔들며 맞이하는 곳이었다. 27년 전 6ㆍ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행렬이 지나간 곳이기도 하다. 고가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가 저항가요 ‘아침이슬’을 부르며 서울시청 쪽으로 행진하는 모습이 흑백 사진으로 남아 있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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