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메시지 해석
결단 늦어져 국정혼란
정치권 "朴, 무책임" 비난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재가를 21일 귀국 이후로 보류시켰다.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여권 핵심부까지 등을 돌리자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에게 거취판단의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이날까지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총리인선을 둘러싼 국정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현지에서 사마르칸트로 향하는 길에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이 총리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구서는 귀국해서 재가를 검토할 예정” 이라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순방 중에는 중요한 외교ㆍ경제적 이슈에 집중하고 총리 임명동의안과 장관 인사청문요청서는 귀국해서 여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재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국회로 보낼 임명동의안의 재가를 보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대통령의 재가 보류는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조치가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부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박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에도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지 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해졌고 총리 인선의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 박 대통령이 4월27일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뒤로 50여일 동안 총리 인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낙마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문 후보자를 끌고 갈 동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단호하게 결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총리 후보자가 두 번씩 낙마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국정혼란의 장기화는 물론 조기 레임덕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친박 좌장이자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전날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뒤로 새누리당 지도부도 사실상 문 후보자에 대한 방어막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이날 대통령의 재가 보류나 정치권 기류와 상관없이 청문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퇴근 길에 “대통령이 돌아오실 때까지 차분히 청문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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