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저하로 면역력 떨어지면 발병
전체 연령대 중 25.4%로 1위
가슴에서 배까지 몸통부위 많고
합병증으로 심각한 통증 오래 지속
50대 이상용 예방백신 있지만
평소 건강관리·초기 치료가 중요
가정주부 한지혜(52)씨는 최근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을 심하게 했다. 왼쪽 등에 난 종기를 별 것 아니라고 치부했는데 그 부위에 통증이 지속됐다. 오십견인 줄 알고 척추관절병원을 찾은 한씨는 다시 피부과로 발길을 옮겼다. 병명이 오십견이 아니라 대상포진이었기 때문이다. 여름철을 맞아 평소 즐겨 하지 않았던 산행을 하고 고3 수험생 아들 문제로 대학 입학설명회에 참가했던 그는 피로가 누적돼 대상포진에 걸린 것이다.
면역력 떨어지는 50대 환자 급증
50대 이상 중ㆍ장년층이 대상포진에 많이 걸리고 있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 50대가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자칫 건강관리에 소홀하다간 이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대상포진 환자 중 50대가 25.4%로 연령대 가운데 환자가 가장 많았다. 60대(17.8%)와 40대(16.2%)가 그 뒤를 이었다.
최유원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50대에 대상포진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초기에 제대로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이 50대 이상 중ㆍ장년층에게 공포를 일으키게 된 것은 치료를 해도 합병증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60세 이상 환자 중 40~70%에서 치료 후 신경통을 경험한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합병증으로 인해 심각한 통증이 2~3개월 내지 심지어 수년 이상 지속될 경우 삶의 질 저하와 치료비 부담 등 신체ㆍ경제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면역억제제를 먹거나 콩팥이 좋지 않다면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만성질환자도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스트레스, 식이조절 등 평소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체부위 중에선 어느 부위가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이 높을까. 전지현 고려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슴에서 배까지 몸통부위가 가장 많다”며 “대상포진은 왼쪽, 오른쪽 중 한 곳에 발생하는데 얼굴에 발병하면 치료 후에도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여름철에 많이 발병하는 추세
대상포진은 어느 계절에 잘 걸릴까. 대상포진은 감기처럼 외부의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속에 있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그래서 특별히 계절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이전보다 여름철이 길어지면서 체력이 저하되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7~9월 대상포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월별로 대상포진 진료환자를 분석한 결과, 7~9월 평균진료인원이 6만명이나 됐다. 1~6월, 10~12월 월 평균 진료인원이 5만2,000명인 것과 비교해 상당히 많은 수치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과거보다 야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피로누적과 체력저하를 호소하는 이가 많아졌다”며 “여름철에 건강관리에 부실하면 면역력저하로 인해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대상포진은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일반적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예방백신이 나왔다. 예방백신은 50~60대 이상 성인이면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중 일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접종하면 안 된다. 전지현 교수는 “예방백식은 50대 이후에 접종할 수 있다”며 “이전에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없거나 대상포진 통증이 두렵다면 접종하는 게 좋다”고 했다. 박지혜 교수는 “백신이 예방과 함께 질환 발생 시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방접종도 좋지만 물집이 잡히지 않아도 특정부위에 통증이 계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 검사받으면 초기에 대상포진을 잡을 수 있다”며 “무리하지 말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등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이 대상포진을 막는 길”이라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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