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안팎 어수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하는 서울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주변은 17일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제 심정을 솔직하게 알려드리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지만 여권에서조차 사퇴 요구가 확산되면서 이날로 예정된 임명동의안 제출 여부를 둘러싸고도 불분명한 예측만 무성했다.
이날 오전 9시쯤 굳은 표정으로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한 문 후보자는 “청문회에 임하는 소회를 말해 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그 동안 오해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청문회에서 제 심정을 솔직하게 알려 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각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진사퇴설을 일축했다. 문 후보자는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비교적 평온했다.
하지만 사실상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오전11시 15분부터 상황은 180도로 반전됐다. 친박 좌장까지 사퇴론으로 돌아선 데는 전날 야권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문 후보자가 “야당 가서 물어보라”며 안하무인격으로 답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총리실 내부에서도 “기자생활 오래 하신 분이 (그런 발언을) 좀 절제하셨어야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오후 들어서는 창성동 별관 주변에 문 후보자의 입장 표명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비교적 한산했던 창성동 별관 1층 로비에 취재진 50여명이 갑자기 몰려 들었고 오후2시30분쯤 총리실 공보실장을 비롯한 청문회 준비단이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후보자 집무실이 있는 5층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3시30분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우 총리실 공보실장은 “총리 후보자께서는 오늘 청문회 준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임명동의안 제출은 예정대로 한다”고 사퇴설을 서둘러 진화했다.
창성동 사무실 주변에는 이날도 각계의 사퇴 촉구 집회로 어수선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이날 오후7시 평상시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퇴근길에 오르면서 자진사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저는 사퇴할 생각이 현재까지 없다”면서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님들에게 당당하게 의견을 말씀 드려서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명동의안 제출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순방 일정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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