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경제학교(PSE)의 토마 피케티(43) 교수가 쓴 ‘21세기의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3월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영역된 이 책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사회와 경제학에 대한 인식을 바꿀 ‘피케티 혁명’”이라고까지 평가했다. 이 책이 미국과 유럽은 물론, 번역조차 안 된 국내에서까지 폭넓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당면 글로벌 현안인 ‘부(富)의 양극화’ 원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 경제학자 윤승경씨에 따르면, 피케티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근본 원인을 19세기 이래 이윤, 배당, 이자 등을 통한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은 데 있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 150년 동안 선진국에서 r은 연간 4~5%였지만, g는 연간 약 1~2%에 불과해 그만큼 국민소득에서 자본수익으로 돌아가는 몫이 컸던 것이다.
▦ 피케티는 또 1970년대 이후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본의 축적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소득’ 등의 비율이 상승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일례로 70년대 초 선진국 총자본의 가치는 해당 국민소득의 200~350% 수준이었는데, 2010년 초엔 400~700%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소득 증가분만큼만 돈을 더 벌게 되는 보통사람의 재산 증식 속도는 구조적으로 막대한 상속재산을 물려 받은 부자의 자본 증식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여기에 소득 격차까지 더해지니, 전반적 부의 양극화는 격심해질 수밖에 없다.
▦ 피케티는 역사적으로 볼 때 부의 과도한 집중을 막는 힘은 사회적 견제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즉, 19세기 초 국민소득 대비 600~700%에 이르렀던 자본의 집중도가 70년대에 300% 내외로 낮아진 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볼셰비키 혁명, 그리고 대공황의 충격 등에 따른 부의 집중에 대한 정부의 견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피케티 패러다임을 써서 국내 부의 양극화 상황을 분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좋은 기초자료가 나오길 기대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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