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호초 6곳서 바다 메워
활주로ㆍ항만 건설 추진
필리핀, 공사 중단 촉구
기존 공항 보강으로 맞서
남중국해에서 활주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산호초 6곳에서 바다를 메워 활주로와 항만 등을 만드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필리핀은 미국과 함께 공사 잠정 중단안을 제안하는 한편 기존 공항 보강 공사 등을 추진하며 이에 대항하고 있다.
앨버트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무장관은 16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전면에 나서 중국의 남중국해 활주로 건설 공사 중지안을 촉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대니얼 러셀 미국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남중국해 분쟁 해결을 위한 ‘행동수칙’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기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들을 중단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으며, 필리핀은 이를 적극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공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이하 중국명 난사ㆍ南沙)군도의 피어리 크로스 산호초(융수자오ㆍ永暑礁)에 활주로와 부두를 건설하는 것은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고, 이를 통해 인도 크기 만한 남중국해 거의 전 해역에 대한 영유권(남중국해 9단선)을 주장하기 위한 준비”라고 분석했다. 남중국해 중앙에 위치한 피어리 크로스 산호초는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약 1,000㎞,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는 480㎞, 말레이시아에서는 550㎞ 떨어진 전략적 요충지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의 항의에 대해 “중국이 관련 해역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건 이는 모두 중국 주권 범위 내의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중국의 전략이 미국이 남인도양 한 가운데 섬인 디에고가르시아에 군사 기지를 세운 것을 모방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미국은 영국령인 이 섬에 협정을 맺고 군사 기지를 건설, 육해공군의 병참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당시 B52 폭격기 발진 기지로 사용됐다.
필리핀 언론은 특히 정부 보고서를 인용, 중국이 이미 피어리 크로스 산호초 외에도 존슨(츠과자오ㆍ赤瓜礁), 게이븐(난쉰자오ㆍ 南薰礁), 쿠아테론(화양자오ㆍ華陽礁), 휴즈(둥먼자오ㆍ東門礁), 엘다(안다자오ㆍ安達礁) 등 모두 6곳의 산호초에서 매립 또는 확장 공사 등을 진행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환구시보는 16일 필리핀은 이미 지난해부터 티투섬(중예다오ㆍ中業島)공항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며 활주로를 보수하고 함정 접안시설 등을 건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에는 현재 파라셀(시사ㆍ西沙)군도의 융싱다오(永興島), 둥사다오(東沙), 타이핑다오(太平島)와 스트래틀리 군도의 티투섬, 스프래틀리섬(난웨이다오ㆍ南威島), 스왈로우 산호초(단완자오ㆍ彈丸礁) 등 6곳에 공항이 있다. 티투섬은 필리핀, 스프래틀리섬은 베트남, 스왈로우 산호초는 말레이시아가, 나머지는 중국과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지난 14일 융싱다오에서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포함한 '융싱 학교' 건설공사까지 시작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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