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두 달이 지났지만 국민의 마음은 답답하다. 국가개조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느니 하던 거창한 구호와 달리 제대로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300명이 넘는 인명이 수장된 국가적 재난사태를 당하고도 냄비근성이 재발한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짜증 지수를 높이는 것은 단연 비효율적 체질을 벗지 못한 정치권이다. 지난 2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90일 일정으로 출범했지만 여야는 2주가 지나도록 관계부처의 보고 시기를 놓고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하는 형편이다. 여당은 월드컵, 야당은 7ㆍ30재보선 기간을 각각 염두에 두고 날짜를 정하려는 모양인데 유족이 중재해도 소용이 없으니 한심하다. 초장부터 이 지경이라면 내용도 알맹이도 없어 매번 ‘무용론’ 매질을 당했던 국정조사의 결말은 안 봐도 선하다.
관피아 척결을 위해 다시 논의가 시작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만 하더라도 가족 등 적용대상 확대 같은 세부 쟁점에 발목이 잡혀 지난달 국회 정무위의 법안 소위 단계에서 멈춰선 상태라 정치권의 실행 의지가 의심스럽다.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이틀 앞두고도 상임위원장 등 원 구성조차 못하는 협상 능력으로 보자면 안전과 효율, 책임성에 주안점을 뒀다는 정부 조직개편안도 타당성 검토 등 논의를 언제 시작할 지도 알 수 없다.
물론 시대적 과제인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과 후속조치가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세월호 이후에도 크고 작은 대형사고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듯이 제2의 세월호 참사를 예비하고 있는 안전 사각지대는 도처에 널려 있고 예방 및 대응도 여전히 허술하다. 세월호 사고가 대형참사로 비화한 모든 원인과 요인들을 낱낱이 드러내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통스럽더라도 장기적이고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고, 그래야 국가안전 대책도 땜질 처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 소임의 핵심에 있는 정치권 행태를 보면 시작부터 상식 수준에서 문제해결 노력을 보이기보다 정치적 이해만 앞세우는 판이니 세월호 교훈은 벌써 정치권에서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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