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개 진출, 사태 장기화 땐 타격
이라크 내전 사태로 정정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현지에서 벌이고 있는 공사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진 데다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최대 수주처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부문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라크 현지에는 총 80여개 국내 건설기업들과 1,2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체의 총 수주액은 계약 당시 금액 기준으로 200억 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다행인 것은 이라크 수주 프로젝트들이 대체로 초기단계에 있다는 점이다. 주요 프로젝트의 평균 공사진행률은 14.1% 수준이며 한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주 이후 설계를 진행 중인 단계로 파악된다.
또한 한국업체들이 수주한 프로젝트들이 이라크 반군세력이 장악해 가고 있는 북부지역과 거리가 먼 남부지역에 몰려 있어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의 피해 사례는 없다.
이라크에서 국내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건설은 “착공 전부터 이라크 정부의 협조를 받아 공사장 내외부에 장갑차 경계를 받고 있고 있다”며 “공사 내부는 콘크리트 벽체를 진지 구축하듯 설치해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공사대금 미회수나 몰수 수용 등의 사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과거 이라크 내전 발발 시 국내 업체들이 현장 보존 등 대응을 잘했다는 점에서 사태가 확산돼도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이라크는 최근 3년간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큰 시장이었고 올해는 6월 현재 수주 규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대표적인 텃밭으로 꼽힌다.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돼 발주 지연 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올 한해 수주 실적 달성에도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가장 전도유망한 시장으로 봐왔던 만큼 주요시장 상실로 인한 수주기반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올해 해외건설 수주가 700억 달러를 넘어 신기록 경신까지 기대된 시점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