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복에 다이아몬드 귀걸이로 '꽃단장' "몸 상태 110%는 아니지만 100% 장담 포르투갈의 도전과 나의 쇼를 지켜보라"
포르투갈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이면서 슈퍼모델이기도 했다.
호날두는 독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G조 1차전을 하루 앞두고 16일(한국시간) 열린 기자회견에 무려 한 시간이나 지각했다.
그의 기자회견은 애초 훈련 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훈련 뒤로 갑자기 연기됐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3시30분이었으나 호날두는 4시30분이 돼서야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훈련복이나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호날두는 평상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두 귀에는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귀고리가 있었고 왁스를 잔뜩 사용한 곱슬머리는 한 올 한 올 똑바로 섬세하게 빗질돼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취재진의 '왜 늦었느냐'는 물음에 호날두는 "내가 늦었나.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호날두의 이색적인 기자회견은 아름다운 외모는 자신감과 직결된다는 지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자기 철학을 살려 은퇴 후에 패션 업계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향을 자주 드러내곤 했다.
호날두는 명품 아르마니의 모델로 활동했고 세계적인 패션모델 이리나 샤크를 연인으로 두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 'CR7'을 운영해 모델을 넘어 패션의 새로운 흐름을 창조하는 인사로도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축구 선수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외도'로 비칠 수도 있으나 호날두는 괴물 같은 골잡이의 위상을 점점 높여가며 외부 시선을 일축했다.
오히려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재능도 많은 진정한 프로 선수라는 찬사까지 얻고 있다.
호날두가 기자회견에 무단으로 지각했으나 이런 분위기 속에 불만을 제기하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질의응답에도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비쳐 취재진의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가장 관심이 많은 부분은 호날두의 현재 몸 상태였다.
그는 최근 무릎 통증 때문에 포르투갈의 훈련을 한 차례 거르면서 제 컨디션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호날두는 "무릎 통증은 이제 없다"며 "선수생활을 오래 하다가 보면 부담이 올 때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컨디션이 110%는 아니지만 100%는 된다"며 "오늘도 훈련을 잘했고 나 자신을 월드컵에서 불태울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호날두에게 쏟아지는 세계 팬들의 기대는 엄청나지만 포르투갈은 독일, 브라질과 같은 강호로 꼽히지는 않는다.
이런 현실에 대해 호날두는 "내가 경기에 변화를 줄 수는 있지만 팀 전체를 책임질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포르투갈은 우승후보가 아니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온 힘을 짜내 한 걸음씩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동료와 비교하기 어려운 슈퍼스타라는 사실 때문에 경기를 지휘하는 대장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호날두는 "내가 대장인 곳은 우리집밖에 없다"라는 농담으로 질문을 웃어넘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득점왕, 소속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두 대회 제패, 선수 최고의 영예인 발롱도르 석권.
호날두는 더는 욕심 낼 것이 없을 정도로 최근에 많은 영예를 안았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호날두에게 어떤 동기가 있을지 궁금한 것은 당연했다.
호날두는 "이미 많이 얘기했지만 내 동기는 더 멋진 축구를 하겠다는 의지 그 자체"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도전을 즐긴다"며 "내가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무조건 즐기면서 모든 힘을 쏟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속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전력을 다하는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 외곽의 캄피나스에 차려진 베이스캠프에서뿐만 아니라 이날 사우바도르로 건너 와서도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독차지했다.
"팬들은 항상 고맙게 섬겨야 하는 분들"이라고 말하는 호날두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큰 은혜를 입은 사람처럼 숙연해졌다.
호날두는 "내일 팬들이 아주 행복하도록 멋진 쇼를 펼쳐서 보답하고 싶다"며 브라질 월드컵에 출격하는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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