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도쿄해양대 교수
시운마루호 경험 겪은 일본에선
그런 선박은 출항 자체를 못하고
사고 났더라도 적극 탈출 유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해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 시스템 제대로 가동하는 것
“세월호 사고가 일본에서 발생했더라면 우선 결함투성이 선박이 항구에서 출항하는 것 자체를 막았을 것이다. 항해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더라면 바로 인근 항구로 대피 지시를 내렸을 것이고 사고 발생한 뒤에는 적극적으로 탈출을 유도했을 것이다.”
와타나베 유타카(邊渡豊ㆍ54) 도쿄해양대 해양공학부 교수는 “선박이 물 아래로 가라앉고 나면 아무리 뛰어난 구조 능력이 있더라도 인명을 구해내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세월호 참사 초기 이 사고가 암초 등과 충돌이 아니라 선박의 무게중심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임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부른 일본의 해상 컨테이너 수송 공학 전문가다. 지난 13일 도쿄해양대 에쓰지마 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일본은 어떻게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왔는지, 세월호 사고에서 한국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 들었다.
-세월호 사고 초기 한국의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당시 배 안에 갇힌 채 빠져 나오고 숨진 희생자가 많았다. 당시 배 후미에는 많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선박이 조금 기울어져 있었지만,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었다. 구조대원들이 재빨리 판단, 문을 비틀어 열거나 신속한 대피방송만 했더라도 적게는 100명, 많게는 200명 이상의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해양경찰을 비롯한 구조 대원들이 평소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재난 훈련을 제대로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인가.
“일본의 경우 해상보안청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해양관련 대학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이 때 선박의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해양 관련 대학은 사실상 종합대이며, 이 중 배를 타는 면허를 딸 수 있는 몇 개 학과가 존재하는 정도다. 상당수 해경은 그나마 해양 관련 대학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대형 재난 사고를 대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어떻게 재난 사고 대응능력을 키웠나.
“일본에서도 전쟁이 끝난 후 15년 가량 적지 않은 해상 사고가 발생했다. 1950년 홋카이도와 아오모리를 왕래하는 대형선박이 침몰 1,50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선장이 태풍 경보를 무시하고 무리한 출항을 감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1955년에는 세토 내항에서 시운마루호가 안개 속에서 다른 선박과 부딪혀 수학여행 중이던 학생을 비롯해 168명이 숨졌다. 이런 사고를 거치면서 해상보안청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사고 경험을 되살려 구조 능력을 갖추는 등 조금씩 틀을 잡게 된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 조직 해산을 발표했다.
“현 체제의 구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만큼 조직을 완전히 해체,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은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번 사고와 관련 구조 일선에서 일했던 직원과 다이버들의 경험을 살릴 조직이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겪은 경험은 그 자체가 귀중하다. 이들의 경험을 십분 살린 특수 조직 만들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방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가 일본에서 발생했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일본에서라면 결함투성이인 선박이 항구에서 출항하는 것 자체를 막았을 것이다. 출항했더라도 선박이 항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시점에서 항해를 중단시키고 인근 항구로 대피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선박 후미의 문을 재빨리 열거나 탈출을 종용하는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승객을 구조했을 것이다. 선박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고 난 뒤라면 아무리 일본이 뛰어난 구조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고 많은 인명을 구조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국 선박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한국 사회에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해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재난 감시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는 것이다. 선박을 운영하는 회사가 돈벌이를 목적으로 선박 구조를 변경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 사고를 일으킨 회사에 엄청난 징벌을 내리는 법 제정도 고려할 만하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구조시스템 구축도 한국이 서둘러야 할 과제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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