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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실용주의 혁신가, 시민 삶의 질 높이는 개발엔 전력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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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실용주의 혁신가, 시민 삶의 질 높이는 개발엔 전력 투자"

입력
2014.06.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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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사실은 朴 대통령보다 먼저 강조

심야버스·영세상가 점심시간대 주차 등

돈 들지 않은 작은 혁신들 끊임없이 일궈

4년 더 하면 '서울 모델'이란 말 나올 것

이것보다 훌륭한 정치가 어디 있겠나

시장보다 더 큰 꿈? ... 질문엔 그냥 웃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스스로 개발주의자는 아니지만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개발과 인프라사업은 전력을 다해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6ㆍ4지방선거 운동 기간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캠프에서 ‘개발 대 반개발’ 프레임을 적용했던 사실을 섭섭해 하면서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삶의 질과 도시 안전 등 미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몇 차례씩 자신을 ‘실용주의 혁신가’로 불렀다. 과거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 등 시민단체를 주도하며 고민ㆍ고안했던 혁신사업을 서울행정에 접목해 성공모델을 정착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심야버스 운행과 도심영세상가의 점심시간대 주차 등을 사회혁신 성공모델로 꼽으면서 “창조경제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먼저 실천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지방선거 이후 급부상하는 ‘차기 대망론’에는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향후 정치상황이 바뀌거나 국민적 요구가 커질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차기 출마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인가’ 라는 집요한 질문에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않겠다”면서 “임기를 마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정치지도자의 자질로 ‘시대적 통찰력’을 거론하고 ‘박원순 현상’과 ‘서울(성공)모델’을 거듭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미래를 향한 그의 원대한 꿈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어떤 게 정치고 어떤 게 행정인지 묻고 싶다. 서울을 세계 최고의 혁신도시로 만드는 것 이상의 정치가 어디 있겠는가. 시민의 삶을 해결하는 이념 외에 무슨 이념이 필요하겠는가. 시민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가 무슨 정치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박 시장은 ‘정치와 행정의 영역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는 현실에서 민심을 얻는다면 시장보다 더 큰 꿈도 가능하겠다’는 마지막 유도성 질문에 빙긋이 웃기만 했다.

인터뷰=김정곤 정치부장 jkkim@hk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 결과와 최근 집중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망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6·4 지방선거 결과와 최근 집중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망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_지방선거 이후 여론이 박 시장을 유력한 차기 주자로 보고 있다.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 서울시장이 다른 걸 생각할만한 여유가 있는 직책이 아니다. 뭐든 초심 유지하고 중심잡고 한결 같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서울시장으로 뽑혔으니 끝까지 잘하는 게 중요하다.”

_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로 올라섰다.

“조사가 잘못됐겠죠. (웃음) 선거 끝난 바로 직후니까...”

_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한다는 건인가.

“분명히 말씀 드린다. 서울시장으로 임기를 마쳐야 한다. 그렇게 할 생각이다.”

_2기 시정의 기조로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와의 화합을 염두에 둔 것인가.

“사실 제가 (대통령 보다) 먼저 취임 했지 않나. 그때 이미 창조와 혁신의 힘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를‘2030 서울플랜’으로 정리해 몇 달 전 발표했다. 거창한 개발계획 말고도 심야버스, 도심영세상가의 점심시간대 주차 등 이걸로만 20~30% 소득이 증대됐다. 돈 들지 않은 작은 혁신들이 끊임없이 서울시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옛날 질병관리본부와 식약청 있던 자리에 가보면 싹이 하나 돋아났다. 4년 임기 중 계속 발전시키면 세계 모든 도시운영자들이 와서 볼 것이다. 저는 이런 것들이 서울시와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_창조경제라는 이름에 정치적 함의가 담긴 것 아닌가.

“이름을 창조경제라고 쓰는 것에 대해서 우리 내부에서 반론도 있었는데, 좋은 이름을 누가 쓴다고 왜 안 씁니까.”

_지방선거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연정과 협치’가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도 검토하고 있나.

“너무 좋은 현상이다. 제가 2004년 만난 적이 있는 바이체크 독일 대통령은 기민당 출신인데 재선할 때 사민당에서 추대하다시피 했다. 훌륭한 정치는 당파적 이익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 시대의 이익을 통찰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것이라고 보고 이미 1기 때 통합적 리더십을 행사했다고 자부한다. 제가 취임한 이후 서울시 갈등 사안으로 기억 나는 게 있나. 서울광장에서 벌어지는 시위 중 서울시 정책으로 인한 것은 많이 줄었다. 협치ㆍ상생ㆍ통합ㆍ조화의 정책을 끊임없이 펼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아주 극단적 보수단체를 제외하고 이번 선거 캠프 오픈 할 때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해병전우회 쪽도 다 방문해주셨다. 참 낯선 풍경이었을 것이다.”

_진보교육감 많이 진출했다.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와는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조 당선자와는 함께 사회변화를 위해 일했던 적이 있다.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사실 문용린 교육감은 저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조치를 취해왔다. 대표적으로 친환경무상급식과 관련해,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이미 세팅해 놓은 친환경유통센터를 서울시가 큰 돈 들여서 1,2,3센터까지 만들었다. 이번에 논쟁이 있었지만 감사원에서도 상당히 칭찬한 시스템이다. 그걸 외면하고 일반 경매 조달방식을 취함으로써 친환경 식자재 검증이 제대로 안됐다. 이 문제는 복원될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혁신학교 문제다.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시작한 혁신학교가 성공한 모델이었는데, 이를 없앴다. 제가 시장 되기 전에 ‘마을이 학교다’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 교사와 교장만의 학교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할머니,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학교 모델 보여줬다. 그런 것을 안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이번 임기 중에는 꽃피지 않을까 생각한다.”

_이번 선거에서 강남 3구에서도 지지율이 높았다.

“세월호 참사는 기존 낡은 시스템은 붕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속 성장과 물질ㆍ하드웨어 중심의 시대에서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속도보다는 방향, 형식보다 콘텐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사람 중심, 이런 것들이 새 시대의 패러다임이다. 이를 1기 때 실천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이번 선거는 그것을 지지하고 확인해주신 것이라 본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 저를 지지하지 않을 법한 보수적 단체들에도 적극 문호를 열었는데, 그분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_선거 운동 중에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없었나.

“상대 후보가 제가 마치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처럼 대척점에 놓고 이야기했지만, 그런 선입견이 없었으면 좋겠다. 삶의 질과 관계되고 서울 미래의 초석을 쌓는 인프라 사업, 특히 도시 안전과 관련된 사업은 당연히 투자해야 한다. 저는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거라면 지구 끝까지 가서 배워와야 한다.”

_뉴타운도 선택적으로 접근한다는 구상인가.

“재건축은 강남권에서 오세훈 전 시장 때보다도 많이 빨리 해드리고 있다. 방향이 다를 뿐이다. 생태적이고 쾌적하고 수익성 있는 주거단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옛날엔 조합에 다 맡겼는데 지금은 서울시 공공건축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조금 더 빨리 가시적인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집중적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_행정가로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시민들은 정치가로서의 역할도 기대한다.

“어떤 게 정치이고 어떤 게 행정인지 묻고 싶다. 서울시장으로 저를 당선시킨 건 서울시장 직무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제 임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많은 전파력이 있을 것이다. 지난 2년 8개월은 짧았다. 4년 후엔 ‘박원순 모델’ ‘서울모델’이란 말이 나올 것이다. 얼마 전 대만의원 일행이 와서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크고 작은 모델들이 끊임없이 국내나 해외도시로 퍼져갈 것이라고 본다. ‘공유도시 서울’은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4년만 더 하면 서울은 세계 최고의 공유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재활용플라자도 만들고 있는데, 이게 완성되면 세계적인 생태도시가 될 것이다. 이것보다 훌륭한 정치가 어디 있나. 우리 사회가 총론은 강한데 각론은 약하다. 조선 시대 실학이 했던 것처럼 해야 한다. 시민의 삶을 해결하는 이념 외에 무슨 이념이 있겠는가. 정치가 시민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정치냐는 거다.”

정리=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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