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는 청년의 심장... 안전설비 보강"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은 다른 어느 가치에 우선하는, 최고의 가치가 되고 있다. 그 만큼 국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초대형 참사는 경주 울진 등 국내 최대 원전단지를 끼고 있는 지역사회에서는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정부와 원전을 운영 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항상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정말 안전할까. 아무리 최신 설비라도, 그 운영은 인간이 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인간의 실수나 테러, 자연재난 등이 일어났을 때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까.
윤청로(57ㆍ사진) 월성원자력본부장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반복적인 훈련으로 유사시 우리 직원들은 생각에 앞서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라고 자신했다. 윤 본부장을 통해 월성원전이 어떤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과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지 짚어본다.
_안전시설이나 매뉴얼이 아무리 좋아도, 그 시설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매뉴얼대로 따라 할 수 없다면 만사휴의나 마찬가지다. 월성원전에서는 평소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원전 근무 직원들은 연간 40~50여차례의 각종 비상대응훈련을 한다. 방사능방재훈련 7회, 소방훈련 20여회, 대테러훈련 12회, 자연재해 대비훈련 4회 등이다. 이 중 15회 이상은 사전 예고 없이 야간이나 휴일에 불시에 실시한다. 방사능이 누출했거나 지진해일 발생, 태풍, 테러, 화재 등 각종 상황을 가정해 실제상황처럼 실시한다. 훈련 후에는 외부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과 타 발전소 담당자 등이 함께 심사에 참여해 훈련내용을 철저하게 평가하한 뒤 새로운 시나리오를 개발하거나 매뉴얼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보완한다.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유사시 누가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각자 위치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도록 하고 있다.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_원전은 인적 실수로 인한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실수를 막기 위해 완벽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그래도 만일의 사고가 생기는 경우를 가정해 갖추고 있는 안정장치가 ‘원전 자동정지 시스템’이다. 기기 조작 등 인적 실수뿐 아니라 기계의 고장이나 설비의 문제점 등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에서 원전을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다. 원전 안전과 관련된 티끌만한 문제라도 발생하면 원전이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돼 있다. 원전은 고장이 나도 안전하게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_후쿠시마 사고 이후 월성원전의 안전시스템이 바뀐 것은 무엇인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 원자력계에 큰 충격을 던지 재앙이지만 타산지석이 되기도 했다. 지진 다발지역인 일본과는 다르지만 후쿠시마 사고 후속 조치로 우리 원전은 56가지 안전 대책을 마련해 1조1,000억원을 투입, 지진자동정지설비,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 외부주입유로, 수소감지기, 무전원 수소제거기 등을 설치했다. 전기 공급이 끊기고 비상 디젤발전기 마저 끊겨 발생한 후쿠시마 유형의 사고를 예방키 위해 이동형 발전차를 구비했다.
_위기 상황 매뉴얼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나.
“그동안 안전성 지표를 평가할 때 위기상황 매뉴얼을 얼마나 세밀하게 갖추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종이 쪽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뉴얼을 얼마나 지키고, 체득해 비상상황에서 매뉴얼에 대처 할 수 있는냐가 관건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우리는 매뉴얼의 일상화에 초점을 맞추어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원전 현장에는 ‘세 번 검토, 두 번 확인, 한번 조작’ 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크게 걸려 있다. 하루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는 원자로 조종사들은 주제어실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할 때마다 원자로조종사 준수사항 10조를 크게 복창토록 하고 있다.”
_우리나라 최초 중수로형인 월성 1호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월성1호기는 위험한 노후원전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월성원전본부는 단순히 몇 년이 됐느냐 따져 노후원전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잘라 말하고 싶다. 대대적인 설비개선을 마무리한 월성 1호기는 월성 2~4호기 보다 더 젊은 발전소이고 월성 1호기에서 4호기까지 나란히 세워놓고 달리기를 한다면 월성 1호기가 1등 할 것을 자신한다. 월성 1호기는 중수로 원전의 심장에 해당되는 압력관과 두뇌같은 제어용전산기를 전면 교체했고 열교환기 이중화와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 설치, 수소제거설비 완비 등으로 더욱 안전에 자신한다.”
_다른 나라도 설계수명 후 안전 점검 후 계속 운전하는가.
“원전의 안전점검 후 계속 운전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기술적으로도 검증된 일반적인 원전 운영방법이다. 전세계 원전 435기 중 34.4%인 150기가 계속운전하고 있거나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미국의 경우 100기중 70%가 넘는 72기에 해당된다. 특히 폐로 절차를 밟는 원자로는 상용 원전은 많지 않고 대부분 실증로나 연구용원자로이며 사용 후 5년 이내에 해체하는 것이 절반이다.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점검과 주요기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확인 받으면 40년 이상 운영하는 것이 세계원자력의 일반적 경향으로 볼 수 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약력
홍익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한빛 제3발전소 발전부장
한수원 감사실 부장검사역
경영관리본부 PI실 발전정비팀장
원자력발전기술원 정보화시스템실 발전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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