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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수니파·시아파·쿠르드 삼국시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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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수니파·시아파·쿠르드 삼국시대 되나

입력
2014.06.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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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전 상황
이라크 내전 상황

이라크군 후방 교란... ISIS의 바그다드 진격 제동

쿠르드 정부, 자치지역 외곽 키르쿠크 등 손에 넣어

로하니 이란 대통령 "美, 행동 나선다면 협력 고려"

이라크 서북부를 장악하며 파죽지세로 수도 바그다드를 향하던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는 14일 바그다드 북동 60㎞ 지점인 디얄라주 주도 바쿠바 인근에서 이라크군과 대치 중이다. 이라크군이 민병대 조직 등으로 점차 사기를 되찾으며 전열을 재정비하자 바그다드로 돌진하던 ISIS의 진격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라크군은 이날 오전 반격을 개시해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살라헤딘주 이샤키 마을을 되찾는 등 국지적으로 ISIS의 후방을 교란하고 있다. AFP통신은 “바그다드 북쪽 60~100㎞ 사이에 폭넓게 전선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가 ISIS에 맞서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동북부의 쿠르드 정부(KRG)가 자치지역 바깥인 동북부 키르쿠크와 동부 자라우라를 손에 넣었다. ISIS의 공격을 앞두고 이라크군 상당수가 도망한 사이 KRG 민병대가 이 지역의 주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라크가 시아파 구역과 수니파 구역, 쿠르드 자치구역으로 한동안 나뉠 수 있다”며 “이라크는 외부 도움 없이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사태가 심각한 국면이라고 판단한 미국은 이날 아라비아해 북부에서 대기 중이던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을 이라크 인근 걸프만으로 이동시켰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라크 내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군사작전이 필요하면 항모 이동으로 총사령관(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항공모함과 함께 미사일 순양함(필리핀 시)과 미사일 구축함(트럭스턴)도 함께 걸프만으로 보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지상군 개입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자칫 이라크 정부는 물론이고 미 대사관을 비롯한 각국 공관들이 모여 있는 바그다드가 위협 받을 경우는 무인기 등을 통한 공습이 여전히 유력하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공화당의 정치적 압박 등을 감안해 “개입 초반에 이런 요구들을 잠재울 결과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 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인접국 이란의 지원이다. 이란은 혁명수비대 민병조직인 바시즈(basiji) 병력 1,500명을 국경 넘어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의 카나킨 지역에, 다른 병력 500명은 이라크 와시트주의 바드라 자산 지역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Quds) 사령관 카심 술라이마니 소장도 방어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테러 집단을 응징하고자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협력 방안을)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라크 지원은 이슬람 시아파 정권을 돕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이라크에서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 등 시아파가 정권의 주축이 된 것은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이 쫓겨난 뒤부터다. 수니파가 주도한 이라크와 전쟁까지 치렀던 이란이 다시 수니파 극단세력의 위협을 받는 시아파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랜 숙적이었지만 핵 협상 진척 이후 협력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돼온 미국과 우호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또 하나 생긴 것도 주목된다. 양국 관계가 과거에 비해 매우 좋아진 것은 미국 언론들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란 핵협상 부진 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군사협력 같은 ‘깜짝 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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