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은 없었지만 존재감 충만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코트디부아르의 간판스타 디디에 드로그바(36ㆍ갈라타사라이)가 브라질 월드컵 ‘결정적 순간’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교체 출전 이후 4분 만에 역전 드라마를 썼다.
15일(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코트디부아르와 일본의 1차전이 열린 브라질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 코트디부아르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선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드로그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골잡이 드로그바는 사타구니 부상 탓에 벤치에서 첫 경기를 시작했다.
드로그바가 선발에서 빠진 코트디부아르는 경기 초반 일본에 밀렸다. 전반 16분에는 일본 간판스타 혼다 게이스케(AC밀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일본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잡고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일본의 1승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드로그바가 교체 출전한 후반부터 경기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코트디부아르가 전세를 뒤집는데 걸린 시간은 4분이면 충분했다. 무기력한 코트디부아르의 공격이 달라진 것은 후반 17분 드로그바가 들어오면서부터였다.
드로그바가 그라운드에 나서자마자 골이 터졌다.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19분 윌프리드 보니(스완지시티)가 헤딩으로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21분에는 제르비뉴(AS로마)가 다시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코트디부아르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골 찬스를 만들며 후반 내내 일본을 압도했다. 완전히 다른 팀이라고 느껴질 만큼 드로그바의 투입 이후 코트디부아르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날카로워졌다. 드로그바는 직접 골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그러나 선수단의 응집력과 사기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브리 라무쉬 코트디부아르 감독은 “드로그바가 출전해 모든 것을 바꿨다. 우리에겐 드로그바가 필요하다”고 극찬했다.
드로그바는 코트디부아르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A매치에 103경기에 출전해 65골을 뽑아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는 잉글랜드 명문구단 첼시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드로그바는 아직 월드컵 16강 진출의 기쁨을 맛보진 못했다.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두 차례 월드컵을 치렀지만 연달아 ‘죽음의 조’를 만나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세 번째 월드컵인 브라질 대회에 나선 드로그바가 이번에는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 지 궁금하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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