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즌 예상 깨고 32인치 TV 중심으로 매출비중 꾸준히 상승
1인가구 늘며 실속 찾고 보조용으로 구입하기도
홈플러스는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지난달 15일부터 자체 TV브랜드인 ‘엑스피어(XPEER)’ 32인치(81.2㎝) LED TV 1만대를 29만9,000원에 판매하는 파격 이벤트를 진행했다. 월드컵, 올림픽 시즌이라는 가전제품 최대의 대목을 맞아 내세운 ‘대표선수’가 32인치 TV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10일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주말까지 4,000대 이상 팔렸는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유명 브랜드 TV도 모든 크기를 다 합쳐 일주일 평균 1,300대 정도 판매 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라며 “실속형 소비자들이 32인치 TV를 선호하고 있다고 판단해 행사를 마련했는데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50인치(127㎝) 이상의 큰 화면 TV가 대세인 요즘 32인치를 중심으로 한 ‘작은 TV’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30인치 TV의 비중(매출액 기준)은 2011년 11%에 불과했지만, 2012년 20%, 2013년 23%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2011년만 해도 65%로 가장 컸던 40인치대 TV의 비중은 2012년 56%에 이어 지난해는 41%로 줄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32인치 TV가 매출 비중에서 42인치(106.6㎝) TV를 6대 4로 역전했다.
작은 TV의 인기에 대해 하이마트 관계자는 “1인 가구 비중이 25%를 넘는 상황에서 혼자 사는데 굳이 큰 TV가 필요하느냐는 실속파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게다가 요즘은 거실에 50인치 넘는 대형 TV를, 방에는 30인치대 세컨드(보조) TV를 두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빅2’가 생산과 마케팅을 수익성이 좋은 대형 TV에 치중하면서 32인치 TV 시장은 무주공산이 됐다. 빅2는 2010년 5% 안팎이었던 50인치 이상 TV의 비중을 지난해 15%까지 늘렸다. 대신 40인치대 비중은 10%포인트(60%→50%) 가량 줄였다.
때문에 틈새시장을 노린 중견가전 회사들이 작은 TV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PC 및 하드웨어 전문업체 잘만테크는 3월 TV시장에 진출하며 30만 원대 32인치 LED TV를 첫 제품으로 내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속형 소비자를 겨냥했기 때문에 코스트코, 메가마트 등 창고형 대형마트를 통해서만 팔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 대우디스플레이, 대우루컴즈 등 옛 ‘대우전자 3총사’들도 30인치대 TV를 판매 중이고, 홈플러스는 2011년 출시했던 32인치 LED TV를 최근 다시 내놓았다.
32인치 TV 패널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디스플레이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패널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32인치 패널은 공급 부족으로 강세를 띠고 있다. 32인치 패널 값은 1월 초 82달러에서 4월 말 80달러를 기록 2.4%포인트 하락에 그친 반면 50인치, 46인치, 42인치, 39인치는 각각 8.8%, 6.7%, 2.9%, 5.8%포인트 떨어졌다. 데이비드 시에 디스플레이리서치 부사장은 “보통 생산수율, 반품, 품질 검사 등으로 패널 판매량은 TV생산량보다 20%이상 많지만 32인치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