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어 어제 7개 부 장관 교체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있었던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한민구 국방장관 내정자까지 포함하면 수석비서관과 마찬가지로 중폭 수준의 대대적인 개각이 이뤄졌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일소하고, 박 대통령이 주창한 ‘국가개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부 개편이지만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달 19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후 세월호 참사 대응에 무기력했던 정부 역할에 대한 반성으로 ‘책임장관제’ 기능 활성화를 위해 부총리 중심의 정부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사회부총리를 맡을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만 하더라도 행정경험이 없는 학자 출신 교육전문가로, 과연 사회문화부처를 총괄할 역량이 있을지 의문이다. 헌법학자가 새로 조직이 짜지는 행정자치부를 얼마나 잘 안정시킬 수 있을지도 문제다.
관료 출신의 후퇴와 정치인ㆍ전문가 전진 배치로 정부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는 하나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했다. 힘을 합쳐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화합ㆍ탕평 요청이 많았지만 대통령 측근, 친박, 보은, 보수 꼬리표가 붙지 않은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정운영에 협력과 통합 등 새로운 변화를 주기보다는 기존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이어서 야당의 협조를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에 최경환ㆍ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을 기용한 것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개혁 등 경제활성화 대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가 완전히 뒷전으로 밀릴 우려도 없지 않다.
1기 내각은 ‘받아쓰기 내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 입만 바라봤다는 소리다. 이는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리더십 탓이다.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 취지로 보나, 장관이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돼야 2기 내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