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반 안정성 강화
국정개혁 고삐 죄기 의도
소통의 정치 요구는 외면
당장 인사청문회부터
야당과 심각한 대립 전망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친박계 인사들을 내각에 전진배치하는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박근혜 정부 임기 중반을 이끌 당정청 친정체제가 완비됐다. 당정청에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측근들을 적극 기용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위기국면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이동하는 등 정치인이 내각과 청와대에 전진배치되면서 당정청 및 행정부와 국회 관계가 이전보다 원활해질지 주목된다.
안정적 국정운영에 ‘내 사람’ 전면 배치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이어 이날 개각에서도 최경환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경제부총리에 기용하는 등 친박계 정치인과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시켰다. 국민통합을 위한 대탕평 인사보다는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진용을 갖추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여권에선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재선의원은 “박 대통령 입장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나 학자만으로 정부를 끌고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라며 “지방선거에 이어 7ㆍ30 재보선을 돌파하고 임기 중반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해선 ‘내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 비주류 의원도 “전반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큰 인사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비판여론이 커진 현 상황을 뚫고 가려면 지지층을 강고하게 묶어내는 게 우선적인 고려사항이었을 것”이라며 “특히 재보선 이후 큰 선거가 없는 1년여 간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측근들을 적극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공직사회 개혁을 힘있게 밀어붙이기 위해 친정체제 구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시킨 것도 국정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따라 새누리당 출신이 조윤선 정무수석과 안종범 경제수석이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데 이어 친박계 정치인이 정부에도 대거 포진함에 따라 내각과 청와대의 정무감각은 크게 업그레이드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국회 메커니즘도 잘 아는 이들이 정책입안 단계부터 야당의 입장을 배려하는 프로세스를 밟아 입법부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역할을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친정체제로 대야 관계는 불투명
친박그룹과 여권 인사를 전진배치함으로써 당정청 관계는 순조로울 수 있지만 대야관계는 더욱 꼬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로 사방에서 분출됐던 소통과 통합의 정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향후 국정에서 야당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많다.
당장 인사청문회 단계에서부터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다. 야권이 이미 민족성 비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공언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친박코드의 보수 일색인 각료 인사청문안을 제시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정치권 관측이다.
인사청문 대상자들이 우여곡절 끝에 임명장을 받더라도 향후 국가 개조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야권이 강력 반발할 개연성도 상당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고위당직자는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은 청와대 중심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흥분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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