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 가능성은
바그다드 함락 가능성은 각국 대사관 등 공관 많아 반군, 미국 등 자극 않을 듯
각국 대사관 등 공관 많아 반군, 미국 등 자극 않을 듯
철수한 미국이 도와줄까 공화 강경파 참전 주장에도 재정 적자에 전면전 불가능
철수한 미국이 도와줄까
공화 강경파 참전 주장에도 재정 적자에 전면전 불가능
이슬람 무장세력 이라크ㆍ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끄는 반군이 이라크 북서부 주요 지역을 장악하고 바그다드로 진격하면서 이라크가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립외교원 유럽아프리카연구부에서 중동정치를 담당하는 인남식(46ㆍ사진) 부교수에게 현 이라크 혼란의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물었다.
-이라크 상황이 제3의 이라크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상치 않다.
“내전의 전단계까지 온 것 같다. 전쟁이 되려면 미국이 개입해야 하는데 미국이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공습까지는 예상해 볼 수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 군사지원을 하며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어느 정도 군사지원을 하며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나.
“미국은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명분의 하나가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협력이었다. 실제 전쟁을 치러보니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은 관계없는 걸로 드러났지만 오히려 지금 이라크에서는 알카에다가 가장 발호하고 있다. 더구나 ISIL은 기존 알카에다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일삼는 집단이다.
미국내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전쟁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평가하며 철군했지만 존 매케인 같은 강경파는 여전히 개입을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결코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치르는 약 10년간 14조원을 쏟아 붓고 미군 4,000여명이 희생됐다. 오바마 정부는 반군의 주요 거점인 모술이나 팔루자 등에 면피용으로 단발적인 공격은 을 하겠지만 전면적으로 뛰어들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 지역 내 이란 등의 국가가 도와줄 수도 있다. 수니파가 주도하는 ISIL는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와 나자프를 노린다. 단순히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시아파를 이교도로 봐 ‘시아파 섬멸’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시아파인 이란이 개입하고 종파분쟁이 심해지면 수니파인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가 추가로 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에는 3차 이라크 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움직일 것이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함락 가능성과 함락될 경우 이라크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바그다드 함락은 쉽지 않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현 정권이나 국제사회가 바그다드 함락까지 용납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막을 것이다. 만약 미국 대사관을 포함해 다수의 외국 공관이 주재하는 바그다드가 반군에 넘어가면 글로벌 이슈가 된다. 각국 외교관들이 빠져 나오기 어렵게 되는 문제가 완전히 달라진다. 말리키 총리도 미국에 ‘도와달라’며 압박하는 수위를 높이고 미국도 공습으로 강력하게 막아낼 것이다.”
-무장세력 ISIL은 어떤 조직이고 이번 공격의 배경은 뭔가.
“이슬람 수니파 테러조직인 ISIL은 시리아 반군 중
알카에다 세력인 알누스라에서 분리해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넘어온 세력이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2000년대 초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은 시리아 동부를 거점으로 아사드 정권과 싸우다 포로의 코와 귀 등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잔인무도한 행위로 비판을 받아 올해 초 갈라섰다. 조직원은 1만~1만5,000명(영국 BBC는 3,000~5,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국경을 넘나들면서 실력을 행사하며 기회를 엿보다 선거와 정권 이양기의 틈을 노린 것이다.”
-ISIL의 무장 수준이 그렇게 대단한가.
“미군 철수 후 말리키 정부가 수니파 포용에 부담을 가지며 배척하자 민심이 이반된 상황을 충분히 활용했다. 이라크는 대략 시아파 60%, 수니파 20%, 쿠르드족 20%다. 시아파를 중심으로 연립 정부가 구성됐고 정부군도 주로 시아파다. 이라크 북부 모술이나 티크리트는 수니파의 거점이다.
미군 주둔 당시에는 수니파와 시아파가 연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부가 이 지역을 잘 다스리지 못해 민심이 돌아섰다. 숫자만 보면 당연히 정부가 우위지만, 민간은 정부군에 비협조적이었다. 또 이라크 정부군이 군기도 없고, 정비가 안돼 충성심이 부족한 것도 극단적 이념으로 뭉친 소수 세력에 고전하는 이유다. 미군이 이라크 북부지역에 제공한 중화기 등 무기지원 체계를 정부군이 후퇴하면서 ISIL이 수중에 넣어 사기가 오른 측면도 있다.”
“오해를 살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아랍의 권위주의 정부가 있을 때는 적어도 테러리즘을 다루기 쉬웠다. 독재자가 있을 때는 나름대로 치안 유지 장치를 마련해 국민을 탄압하면서도 반정부 세력의 싹을 차단했다. 이런 거버넌스(통치력)가 지금은 약화됐다. 혼란스러운 이집트나 리비아 모두 권력 진공상태에서 국민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독재자 부재가 민주주의의 건전한 발전이나 야당 세력의 안정적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중동은 동아시아나 중남미와 다르게 시민과 구세력 충돌이 아니라 극단주의자들이라는 또 다른 세력이 있다. 격렬한 투쟁도 서슴지 않는 강력한 세력이 등장하니까 민주화의 길이 훨씬 어려운 것이다.”
-미군 철군 2년여 만에 이런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부시의 군사 개입 때부터 도마에 올랐던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오바마 정부에서 역시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바마로서는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해 현실적으로 지상군 3만5,000명을 이라크에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강경파가 ‘더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민 여론도 나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패’라고 회고적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오바마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군 철군 후 여러 시나리오를 예측했지만 ISIL 같은 극단 세력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하는 건 별로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모두 철수할 경우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아프간에서도 이라크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 내 탈레반 세력도 ISIL에 버금갈 만큼 잔인무도하고, 중앙 정부의 통치력 약화를 틈타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확고히 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란이 변수다. 시아파인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이라크와 아프간 사이에 끼어 있어 수니파가 이끄는 ISIL나 탈레반이 활개치는 것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적대국인 이란과 미국이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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