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 아바타' 이름값
"MVP·득점왕 관심 없어
난 오직 우승을 원한다"
2012년 12월의 어느 날.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6) 감독은 10년 만에 브라질 감독으로 복귀한 자리에서 스무 살 네이마르(22ㆍ바르셀로나ㆍ당시 산토스) 이름부터 꺼냈다. 그는 “조만간 네이마르가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를 것이다. 장담컨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최고 스타로 팀을 이끌 것”이라며 “나이는 문제 되지 않는다. 펠레는 17세 때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호나우두는 20세 무렵부터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다”고 말했다.
스콜라리 감독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네이마르가 브라질 대표팀 구세주로 나섰다. 네이마르는 13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개막전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팀의 3-1역전승을 이끌었다. 빠른 발, 넓은 시야, 현란한 발재간, 정교한 패스, 예리한 슈팅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네이마르는 팀 공격의 핵심 역할을 자임했다.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를 전담했고 공을 잡지 않을 때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동료들의 플레이를 도왔다. 특히 전반 11분 수비수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 자책골로 불안하게 끌려가던 최악의 상황에서도 코칭스태프, 팬들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네이마르는 0-1로 뒤진 전반 28분 중원에서 볼을 잡은 뒤 질풍노도와 같은 단독 드리블을 시작했다. 상대 수비수들은 네이마르의 날렵한 몸놀림에 우왕좌왕 하다가 진로를 내줬다. 네이마르는 페널티 아크까지 치고 나간 뒤 곧바로 왼발 슈팅을 날렸다. 볼은 오른쪽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망으로 빨려 들었다.
결승골도 네이마르 몫이었다. 네이마르는 후반 24분 프레드(플루미넨세)가 얻은 페널티킥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그는 두 번째 골이 터지자 코너플래그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벌렸다. 눈을 감고 6만 관중의 환호를 가슴으로 흡수했다. 네이마르는 경기 후 개막전 최우수선수 격인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도 선정됐다.
그 동안 브라질은 당대 최고 축구 선수 논쟁에서 어느 순간 외면 당했다. ‘축구 황제’ 펠레 이후 무수한 스타를 양산했지만 리오넬 메시(27ㆍ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ㆍ레알 마드리드) 등과 비견할 만한 슈퍼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정상에 오른 호나우두, 호나우지뉴가 끝이었다. 그 뒤를 이을 에이스가 없었다. 대표적인 예가 호비뉴, 줄리오 세자르 밥티스타, 알렉산드리 파투 등이다.
산토스 유스 출신 네이마르는 17세이던 2009년 산토스 성인팀에 데뷔했다. 첫해부터 14골을 몰아치더니 2012년 2월 통산 100골을 돌파했다. 브라질 팬들은 그를 ‘펠레 아바타’라 불렀다. 플레이 스타일이 꼭 닮았다. 네이마르는 일찍이 유럽 무대로 진출할 수 있었으나 참고 기다렸다. 정신적으로, 전술적으로 완벽히 정점에 오른 뒤 바르셀로나에 입성했다. 바르셀로나는 브라질 에이스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8,620만유로(약 1,201억원)를 이적료로 지급했다.
네이마르는 지난해 6월 자국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골에 2도움을 기록했고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차지했다. 네이마르는 대회 전만 해도 11번을 달았지만 대표팀 기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10번으로 갈아탄 뒤 브라질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10번은 펠레(1958ㆍ1962ㆍ1966ㆍ1970) 히바우두(1988ㆍ2002) 호나우지뉴(2006) 등이 차지했던 에이스의 상징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첫 꿈의 무대를 밟은 네이마르는 개막전부터 두 골을 몰아치며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등극한 상태다. 2002년 선배 호나우두의 8골은 물론 역대 최다 득점왕 쥐스뜨 퐁테느(13골ㆍ프랑스)의 기록에도 도전해 볼만 하다.
네이마르는 그러나 “월드컵 최우수선수(MVP)에는 관심 없다. 득점왕도 내 목표가 아니다”며 “난 오직 월드컵 우승을 원한다. 선수들과 브라질 국민이 바라는 우승을 위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네이마르는 이어 “오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경기였다. 나는 늘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을 소망했다”며 “우리 팀은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이 모인 팀이다. 선수 개인으로 뛸 때보다 하나의 팀으로 뭉쳤을 때 우리를 물리치기 어렵다는 사실을 오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마르는
●국적
브라질
●생년월일
1992년 2월 5일 ●신체조건 174cm
●소속팀
바르셀로나(스페인)
●포지션
스트라이커
●데뷔
2009년 산토스 입단
●프로 성적
산토스(225경기 136골)-바르셀로나(41경기 15골)
●A매치 성적
48경기 33골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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