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시행된 배경에는 관련법 미비로 야기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개선하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시행 이듬해 발생한 이른바 ‘태국인 앉은뱅이 병’ 사건을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외국인노동자 관련 문제는 계속 불거져왔다.
2005년 1월 경기도 화성시 LCD부품제조공장에서 일하던 태국여성노동자 8명이 유기용제 노말헥산에 중독돼 하반신이 마비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린 태국 여성들은 산재 승인을 받아 치료비를 지원받았으나, 사회 구조적 결함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외국인노동자 산재는 해마다 늘고 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이 2008년 0.76명에서 2012년 0.99명으로 5년 동안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내국인 근로자 재해율이 0.71명에서 0.58명으로 24%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2007년 6월에는 한 대형 테마파크에서 퍼레이드 공연을 하는 외국인 무용수들의 ‘노예계약’이 논란을 일으켰다. 무용수 150여명이 놀이공원에 무용수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파견업체와 맺은 계약서는 ‘배우(무용수)에게 2주 이상 치료를 요하는 질병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파견 업체가 배우를 집으로 보내는 권리를 가지며 이 경우 배우는 그 귀향 비용 전부를 지불해야 한다’는 등 불공정 계약으로 점철돼 있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무용수들은 무거운 공연 장치를 착용하고 일을 하다 쓰러져 춤을 추지 못하게 된 사연을 발표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견업체는 외국인 무용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들을 계약서에서 모두 삭제했다. 체불임금을 받아낸 무용수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며 사건은 흐지부지 됐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올해 2월 경기 포천 아프리카박물관의 외국인 예술가 노예계약이 다시 파문을 일으켰고, 국가인권위는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2011년 7월에는 베트남 건설노동자 180여명이 인천 연수구에서 파업을 벌이다 이중 10여 명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노동자들이 밥을 오래 먹는다고 사장이 급여 150만원에서 24만원을 공제하겠다고 했다가 터진 파업이었다. 업무방해혐의로 구속된 10명 중 3명은 강제출국, 4명은 벌금형을 받았고 3명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도 흐지부지 끝났다. 당시 파업을 함께 했던 원옥금 베트남공동체 대표는 “파업을 함께한 사람 중 연락이 되는 사람은 베트남으로 돌아가거나 합법적으로 체류한 3명이 전부”라며 “연락이 끊어진 사람들은 불법체류자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사무국장은 “외국인노동자 문제는 반짝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폐단이 되풀이되곤 한다”며 “당사자가 합법적으로 오래 한국에 머무는 것이 불가능해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