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발생 결과로 매겨
법적 근거 없고 제재 지나쳐
도입 한 달여 만에 폐지
민원이 많이 발생한 금융회사의 영업점에 붙어 있던 ‘빨간 딱지’가 떨어진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각 금융회사에 민원발생평가 결과를 토대로 매긴 등급을 영업점에 공시하라고 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고 지나친 제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도입한 지 한 달여 만에 폐지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각 금융회사 영업점에 게시됐던 민원발생평가 등급 게시물을 자율적으로 부착하라고 공문을 보내 지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 5등급(불량)을 받은 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영업점에서 게시물을 뗐다. 기존에는 8월13일까지 3개월간 붙여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칙은 3개월이었지만 이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고지가 됐고, 영업에 지장이 된다는 항의가 많이 들어와 업계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평가등급을 3개월간 공시하고, 1개월간 팝업공지 하는 것은 그대로 유지된다.
영업점 평가등급 게시는 지난달 도입 때부터 논란이 됐었다. 평가등급은 은행 등 전 금융분야 85개사에 대해 총자산과 민원발생건수, 민원처리건수, 고객 수 등을 계산해 1~5등급으로 매겨졌다. 하지만 5등급(불량)을 받은 금융회사들은 해당 등급이 마치 거래 안전성이 떨어지는 부실한 금융회사로 낙인 찍혀 영업에 차질을 빚어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평가방식이 객관적이지 않고, 재무건전성 등 회사 안전성과는 무관한데도 등급을 게시하면 고객들에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행정지도에 해당한다. 행정지도는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소비자보호나 경영개선 등을 목적으로 지도, 권고, 지시, 협조요청을 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지도 운영 규칙에 따르면 중요한 행정지도 사안일 경우 금융위원회와 해당 금융회사, 금융 유관기관, 금융 소비자 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금감원이 섣불리 추진하면서 규칙을 어겼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원평가 공시는 경영공시 사항으로 봐야 한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지만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일부 있었던 만큼 공시 방법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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