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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기 드문 '바른 청년'

입력
2014.06.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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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주운 돈 찾아준 김유현씨.
지하철서 주운 돈 찾아준 김유현씨.

‘‘지하철에서 주운 가방에 7,600만원이 들어 있다면?’ 대출금을 갚고, 차도 새로 바꾸고, 근사한 명품 가방을 장만할 수 있겠다는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인 김유현(28ㆍ사진)씨는 유혹을 뿌리쳤다. 그는 보증금 500만원짜리 방에서 동생과 생활하는 소시민이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가로 40㎝, 세로 30㎝ 정도 크기의 종이봉투를 주웠다. 안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바닥에 떨어진 봉투를 가리키며 ‘유실물센터에 맡겨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기꺼이 가지고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제약회사에 다니는 김씨는 일단 출장이 급했다. 이날 출발해 닷새간 인천과 경북 봉화 등을 돌아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는 종이봉투를 가방에 넣어뒀다. 다음날 아무 생각 없이 비닐봉지를 열어본 김씨는 깜짝 놀랐다. 5만원짜리 현금 뭉치가 가득했다. 그의 31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욕심이 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해 대학시절 직접 용돈을 벌어서 썼고, 지금은 대학생인 남동생 등록금과 학원비를 대주고 있어 더 그랬다. “이 돈으로 넓은 집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너무 큰 돈이어서 제가 쓸 돈 같지 않았어요.” 김씨는 3일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집 근처에 있는 서울 성동경찰서에 습득물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 돈을 주인 이모(48)씨에게 전달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돈을 담은 종이봉투를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졸다가 구로역에서 급하게 내리면서 떨어뜨렸다. 그는 모자란 전세금 때문에 빌린 돈을 지인에게 갚으러 가던 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경찰서에서 김씨를 만나 손을 잡으며 거듭 감사해했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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