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비하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지난해 한 대학 강의에서 “대중은 타고난 한계가 있어 우민ㆍ폭민 정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엘리트들이 나서 여론을 주도하고 통치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육의 힘을 강조한다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국민을 ‘무지한 잠재적 폭도’로 규정, 계몽과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고려대 등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이 대학 미디어학부의 언론정보특강이란 강의에서 대중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엘리트주의를 적극 옹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의를 수강했던 정 모(23ㆍ미디어학부 4학년)씨는 “수업 당시 적었던 강의노트를 확인해보니, 대중은 알고 있는 게 굉장히 적어서 대중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는 우민정치, 폭민정치로 갈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엘리트들이 정치를 통해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유독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자는 “언론인들 역시 선도자적 입장에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후보자는 일제시대 친일 행각에 앞장선 인사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학생들의 반발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학교에서 지난해 9월 개설된 미디어와 여론이란 과목을 수강했던 정 모(24ㆍ여ㆍ미디어학부 4)씨는 “수업이 주로 일제시대를 공부하는 파트였는데 한 친일 언론인의 생애가 중심 테마였다”며 “문 교수님은 자신의 시대적 역할을 다 했다면 친일 행적을 떠나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일제 식민지배를 곧바로 정당화한 것은 아니지만 친일 이력을 문제 삼기는커녕 옹호 입장을 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문 후보자의 식민사관과 사대주의 등 편향된 역사인식도 추가로 드러났다. 2011년 온누리교회 특강 동영상에 따르면, 문 후보자는 1910년 일제의 강제합병 당시를 설명하며 명성황후와 고종에 대해 “일본한테 나라를 팔아먹어도 좋다, 일본이 우리를 합병해도 좋다. 단 우리 왕실 그러니까 이씨 왕실만 살려달라 그게 조건이었다”며 “조선을 너희들한테 바칠 테니 이씨 왕조만 살려달라, 그러면서 나라를 갖다 바친 거에요”라고 말했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1949년 미국이 다 철수하고 나니까 50년 북쪽에서 쳐들어온 거에요. 그때 하나님이 미국을 딱 붙잡아 주셨고, 그것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거에요. 미군이 없는 한국을 한번 생각해 본적이 있냐”며 주한 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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