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Listening and Speaking
Nor me. (저도 아닙니다.)
미국인 교수가 학생들에게 ‘I haven’t eaten lunch yet.’이라고 말한 뒤 응답을 해 보라고 했다. 여기 저기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국인 학생이라면 문법 시간에 배운 대로 ‘Me, neither.’ 같은 유일무이한 대답이 나왔을 상황이지만 원어민 학생들은 그보다 훨씬 다양했다. ‘Me, too.’, ‘Me, so.’, ‘Me, either.’, ‘Me, neither.’, ‘Nor me.’, ‘Neither will I.’ 등이었다. 처음 세 가지는 비문법적이고, 나중의 세 가지는 문법적으론 맞지만 잘 쓰지 않는다. ‘Me, too.’나 ‘Me, neither.’라고 응답한 것은 주로 라틴계 학생이었다. 스페인어로 각각 ‘Yo tambien’, ‘Yo tampoco’ 같은 표현이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기서 관심이 가는 건 언어에 신경을 쓰는 지식인 사이에선 ‘Nor me!’, ‘Nor will I!’, ‘Neither will I!’ 순으로 별도의 선호도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 표현은 한국의 문법식 응답도 아니고 그렇다고 난해한 것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교수가 말한 것은 ‘Not A’라고 한 셈인데 이를 받아서 ‘B도 아닙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경우 가장 전통적이고 영어다운 응답은 ‘Not A, nor B’ 형식이다. 따라서 ‘Nor me!’가 가장 적합하고 문법에도 충실한 응답이 된다. 만약 ‘저는 식사하고 싶은 생각이 없고 당분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해야 한다면 ‘I’m not in the mood to eat, nor will I.’가 좋다. 따라서 교수의 간단한 말 한 마디에 ‘저도 점심을 안 했고 아예 먹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한 것이 ‘Nor will I.’, ‘Neither will I.’인 셈이다. ‘저는 쌀밥도 잘 안 먹고 라면도 먹을 생각이 없습니다’고 하려면 ‘I don’t usually eat rice, nor do I like to eat rameon.’이라고 말하면 된다.
점심을 아직 먹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도 ‘I didn’t have lunch yet.’이 가능한 상황이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저녁 무렵 ‘점심 먹었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 ‘Did you have lunch today?’가 좋고 오후 1시경에는 ‘Have you eaten lunch?’라고 물어야 타당하게 들린다. 점심 무렵이라면 ‘지금 이 순간까지는 점심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므로 현재 완료형 ‘I haven’t had lunch yet’처럼 응답해야 한다. 질문의 nuance와 응답의 내용은 경우에 따라 한두 가지 어법 규칙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