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로 더위를 식힐 디저트로 빙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팥빙수 전문점은 물론이고 커피 전문점, 아이스크림 가게, 제과점, 단팥빵집, 떡볶이 프렌차이즈까지 빙수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야말로 ‘빙수전쟁’이다.
다양한 고명 얹은 '신종 빙수' 인기 만큼이나 고열량 문제 심각
무려 1312㎉ 달하는 빙수도... 한 자리서 라면 2개 먹는 셈
얼음이 단맛 방해해 설탕 더 가미, 비만ㆍ당뇨 등 성인병 유발 위험
과일·치즈 케이크… 다양한 재료로 변신
요즘 빙수는 매출을 올리는 일등공신이다.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명만 잘 얹으면 고가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팥을 사용한 전통 팥빙수에서 탈피, 다양한 고명을 얹은 신종 빙수가 속속 나오고 있다.
빙수 고명은 천차만별이지만 과일을 얹은 빙수가 가장 많다. 과거 수박, 딸기에 국한됐던 과일빙수는 멜론, 제주 한라봉, 홍시, 블루베리와 함께 고가의 애플망고를 얹은 빙수도 흔해졌다. 밤, 곡물, 견과류 등을 고명으로 얹은 빙수와 함께 치즈 케이크, 캐러멜 팝콘을 넣은 빙수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전문점 카페베네가 5월에 출시한 여름 빙수. 뉴욕치즈케익빙수, 쌈바키위빙수, 카라멜팝빙수 등은 출시 보름 만에 약 30만개가 팔려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5월 한 달 동안 전국 매장에서 100만개의 빙수를 판매했다”고 말했다. 서울 특급호텔에서 판매되고 있는 애플망고 빙수는 4만2,000원(부가세 포함)일 정도로 비싸지만 주말에는 줄을 서서 적지 않게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뭐든지 올리니 열량은 무한대 증가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재료는 뭐든지 올려 맛과 모양은 좋아졌는데 일부 빙수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입맛을 유혹할 수 있는 갖은 고명을 올리다 보니 칼로리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초코악마빙수 열량은 1,312㎉, 카라멜팝빙수는 1,017㎉이다. 식사 후 디저트로 빙수를 먹으려다 밥 4공기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밥 한 공기 열량은 300㎉. 국내 대표라면 제품인 신라면 열량이 505㎉이니 한자리에서 라면 2개를 섭취한 셈이다.
열량도 문제지만 당분이 많아 과다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과 함께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를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민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양학적 측면에서 팥빙수는 팥과 얼음 이외에도 떡, 연유, 시럽과 같이 당분이 함유된 부재료가 많이 첨가돼 상대적으로 당류를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얼려먹는 음식은 단맛을 덜 느끼게 돼 제조과정에서 설탕을 더 가미하는 경향이 있어 팥빙수처럼 단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린이들이 팥빙수와 같은 당류를 즐겨 먹으면 영양 불균형은 물론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열량인 팥빙수가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문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열심히 운동하지만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 팥빙수와 같은 고열량 음식을 경계하지 않고 섭취하고 있었다”며 “평소 운동을 한다고 해도 팥빙수처럼 당분이 많은 음식을 무의식적으로 섭취하면 체중관리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열량 디저트 음식을 즐겨먹으면 운동만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이다.
한방에서도 같은 의견이다. 한동하 한동하의원 원장은 “팥빙수는 설탕 등 당분이 많아 당뇨병을 앓거나 심혈관계 질환자는 물론 비만일 경우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며 “팥빙수의 주 원료인 팥은 성질이 서늘해 얼음과 함께 섭취하면 배탈을 유발할 수 있어 손발과 아랫배가 차고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은 팥빙수를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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