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김지석·최철한·박영훈 등 中선수 꺾고 진출
"중국 7연패 반드시 저지" 올 첫 세계대회 우승 노려
이번에는 한번 해볼 만하다. 지난해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18년 만에 처음으로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던 한국 바둑이 LG배에서 전열을 재정비, 올해 첫 세계대회 우승을 노린다.
11일 강원 강릉시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제19회 LG배 본선 16강전에서 박정환, 김지석, 최철한, 박영훈 등 한국 선수 4명이 중국 선수들을 물리치고 나란히 8강에 올랐다. 박정환이 지난해 삼성화재배 우승자 탕웨이싱을 제쳤고 김지석이 동갑내기 리저를, 최철한이 한국기사 킬러로 악명 높은 셰허를, 박영훈이 ‘90후’ 다크호스 안둥시를 각각 격파했다. 이들과 함께 16강전에 나섰던 강동윤과 변상일은 중국 선수에게 져 탈락했다.
랭킹 3위 이세돌이 일찌감치 32강전에서 탈락한 게 조금 아쉽지만 랭킹 1위부터 5위까지 한국 바둑 최정예 멤버가 모두 살아남았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이다. 지난해 이 대회서 한국선수가 단 한 명도 8강에 오르지 못했던 참패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냈다. 한국기원 관계자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중국은 전기 LG배 우승자 퉈자시를 비롯해 춘란배 우승자 천야오예, 응씨배 우승자 판팅위와 ‘95후’ 선두주자인 16살 셰얼하오가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올해 LG배 본선 8강전은 한국과 중국이 4대 4로 맞서는 팽팽한 대결 구도가 됐다.
앞서 4월 LG배 통합예선이 끝났을 때만 해도 한국측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았다. 올해 통합예선에 한국 216명(아마추어 8명 포함), 중국 67명, 일본 23명, 대만 1명이 출전했는데 한국은 안국현, 안형준, 김동호, 변상일 등 불과 4명밖에 본선에 오르지 못한 반면 중국은 무려 12명이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역시 중국세가 막강했다.
그러나 본선 시드를 받은 각국 톱 랭커들이 합류한 32강전부터 서서히 한국 선수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32강전에 한국 10명, 중국 17명, 일본 4명, 대만 1명이 출전해 한국 6명, 중국 10명이 16강전에 올라갔고 16강전에서 다시 한국과 중국이 각각 4명씩 8강에 오른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신예나 중상위권에서는 중국에 많이 밀리지만 최상위권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추첨 결과 8강전 대진은 박정환과 천야오예, 김지석과 퉈자시, 최철한과 판팅위, 박영훈과 셰얼하오의 대결로 짜여 졌다. 상대 전적은 박정환이 6승8패, 김지석이 3승, 최철한이 5승1패, 박영훈은 첫 대결이다. 특히 박정환은 춘란배 8강전에서도 천야오예와 맞붙게 돼 있어 상대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과연 한국이 13회부터 18회까지 최근 6년 연속 중국에 내줬던 LG배 우승컵을 이번에는 꼭 되찾아 올 수 있을까. 본선 8강전과 4강전은 11월 17, 19일 열린다. 장소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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