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 본격 운영 어떤 아이디어라도 올리면 다른 직원들이 평가ㆍ의견 석달간 제안 3000개 봇물 활 긋는 시늉하면 음 내는 신개념 바이올린 등 5개 제안 선정해 전폭 지원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개발하는 모 연구원의 꿈은 바이올린 연주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생각처럼 연주하기 쉬운 악기가 아니었다. 열심히 배웠지만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는 현악기를 쉽게 배우는 방법을 동료들에게 물었고 이를 토대로 기발한 방법을 고안했다. 왼손으로 바이올린 줄을 누르는 대신 음계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활을 긋는 시늉을 하면 감지기가 이를 포착해 음을 내는 기기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반도체 연구원이 착안한 이 현악기 연습방법은 ‘인간과 음악을 더 가깝게 만드는 신개념 악기 제작’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현재 삼성전자에서 개발 중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악기를 만들거나 악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아이디어를 낸 연구원에게 1년 동안 본업에서 떠나 자신이 떠올린 기발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인력 및 예산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은 한가지, 바로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직원의 창의력 개발이다.
삼성전자가 창조적 직원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 일환으로 11일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를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모자이크는 직원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이를 임직원들이 평가해 실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접수 아이디어에 제한이 없다. 황당한 상상이나 공상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도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모자이크의 출발점이다. 모자이크라는 명칭도 다양한 임직원들이 모여 큰 의미를 만든다는 뜻으로 직원들이 직접 정했다.
이렇게 접수된 아이디어는 다른 직원들이 의견을 덧붙여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접수된 아이디어 중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으면 ‘C(creative)-랩’ 제도를 통해 회사의 지원을 받게 된다. C-랩이란 1년 동안 현업을 떠나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제도다. 독립된 근무공간이 제공되고 자율 출퇴근이 가능하며, 성과가 있을 경우 파격적 보상이 따른다. 반대로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월 시범운영을 시작한 모자이크에 일 평균 4만명의 직원이 접속했고, 지금까지 3,000개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중에 신개념 악기제작 프로젝트를 포함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은 5개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활용방법, 착용 가능한 각종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며 “이 중 선정된 5개의 아이디어는 내부 방침상 모두 공개할 수 없지만 재미있고 독특한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모자이크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창조적 인간상이다. 틀에 박힌 업무에서 벗어나 허를 찌르는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속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상무는 “모자이크는 임직원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다 함께 발전시켜나가는 창의 활동의 장”이라며 “창조적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들을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또 우수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인사에 가산점을 부여하며 연말에 시상도 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해외 임직원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모자이크 시스템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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