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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을 깨우자

입력
2014.06.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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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오늘도 허덕거리며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한다. 마감 날짜가 다가오는 발표 준비, 이미 시한이 지난 자료 제출, 정중한 독촉을 받고 난 후 허덕이면서 마무리하는 일들. 미루고 미루다가 다른 급한 일에 우선순위가 밀린 중요한 일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가 아니라 ‘오늘 할 일을 내일을 미뤄라’라는 신념으로 지내온 시간들이 이 순간이 되면 너무 후회가 되고 다시 모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뤘던 일의 중요성이 떨어져 하지 않아도 되면 ‘역시 급하게 하지 않은 게 잘한 거야’라고 기뻐하고, 여러 일들이 겹쳐 밤을 새면서 마무리를 해야 하면 그 동안의 게으름에 눈물을 흘리고 내일은 빨리 빨리 일을 처리하리라 다짐하는 모습을 되풀이하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요즘은 “중요한 일인데 시켜도 안 한다” “스스로 하려는 의욕이 없다” “계획이라는 것을 모른다” “시험기간이 코앞인데 핸드폰만 만지고 있다”며 속 터져 하는 부모님들의 고민을 자주 상담한다. 간혹은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높은 기대로 부모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도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해 결국은 실행하고야 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 절실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정말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실행기능이라고 부르는 능력들이 있다.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능력,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거나 계획을 세우는 능력, 목표한 일을 이루기 위해 감정과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피곤하고 지루하더라도 집중력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실행기능에는 해야 할 일을 대책없이 미루지 않고 효율적으로 시작하는 능력과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의 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예상하고, 마감 시간에 맞출 수 있는 능력.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융통성,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는 ‘초인지’라는 능력들이 포함된다. 실행기능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황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행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위치는 전두엽이다. 뇌의 앞쪽에 위치해 있는 전두엽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여러 뇌기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특징이 바로 고도로 발달된 전두엽이다. 전두엽 실행기능을 평소에 잘 발휘한다면 생활은 더 효율적이고 만족감도 높아질 것이다. 밀린 일들을 처리하면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전두엽을 깨워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나의 마음이 어떤 변화의 단계에 있는지를 아는 단계에서부터 전두엽의 실행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학자인 프로차스카와 디클레멘토는 행동이 변화하기까지의 마음의 상태를 5단계로 나누었다. 금연을 하거나 체중을 줄이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변화를 결심할 때 사람들은 처음에는 아예 관심도 없는 무관심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는 담배를 끊을까, 다이어트를 해볼까 등 심사숙고하는 단계를 거친다. 그렇다고 바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다양한 자료를 모으거나 방법을 알아보는 준비단계를 거친다. 그리고는 실제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을 격려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유지하는 단계에 이른다. 무언가 변화를 계획할 때 마음의 상태가 이 다섯 단계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알면 그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훨씬 수월해진다.

전두엽의 실행기능을 키우고 변화를 실행의 단계로 옮기기 위한 방법 중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것이 있다. 작은 계획을 세우고 성취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다. 작은 성취가 쌓이는 경험, 성취를 통한 만족이 더 큰 변화를 위한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내일로 미뤄야 할 일과 미루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쓰면서 완성했을 때의 즐거움을 떠올리는 것이 나의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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