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 처음 들어본다... 모르겠다... 난 아니다"
대통령에 권력집중 현실 제한적 역할 선 그은 듯
박대통령 공약과 엇박자 '무늬만 총리' 우려 목소리
"법에 정한 용어 아냐 권한·책무 수행할 것“해명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스스로 책임총리를 부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책임총리제를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책임총리제는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적지 않다.
문 후보자는 11일 총리 후보자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책임총리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마지막 강의를 한 뒤 집무실로 복귀하면서도 “책임총리라는 게 뭐가 있겠나. 나는 모르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문 후보자의 이 같은 언급은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정치 현실에서 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상 권한인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책임총리제 논란이 확산되자 문 후보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책임총리는 법에서 정한 용어가 아니라는 의미”라면서 “총리로 임명된다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권한과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책임총리제는 총리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구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행정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를 임명할 때부터 사실상 책임총리제는 포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 하루 전인 5월27일 사회부총리 신설방침을 밝히면서 책임총리제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문 후보자가 세월호 참사와 6ㆍ4지방선거 이후 범정부적 과제로 떠오른 공직사회 개혁이나 국가개조를 직접 담당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정치권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스스로 ‘받아쓰기 총리’ ‘무늬만 총리’을 길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책임총리 부인 발언을 계기로 문 후보자의 인사검증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자는 국민의 기대를 져버리고 또다시 대독총리 역할을 하려는 것인가. 여론에는 귀를 닫은 채 청와대만 바라보고 해바라기 행보를 하겠다는 것인 것”라며 “지극히 오만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수십년 간 정치부 기자를 한 사람으로서 말이 되지 않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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