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중 19개가 가운데 방향
좌ㆍ우월 홈런은 각 4개 불과
올 시즌 부활한 이승엽(38ㆍ삼성)은 “가운데 담장으로 넘어가는 홈런이 가장 느낌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승엽은 지난 10일 목동구장에서 박병호(28ㆍ넥센)의 무시무시한 중월 장외홈런을 구경했다. 목동구장 전광판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45m 짜리 초대형 장외홈런이었다.
올해 박병호가 무서운 건 단순히 홈런 수(27개)뿐 아니라 엄청난 파워와 약점 없는 타격 밸런스다. 27개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123.5m로 2003년 56개를 때릴 당시 이승엽(117.8m)보다 훨씬 앞선다. 비거리가 늘어난 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중월홈런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7개 홈런 가운데 가운데 담장을 겨냥한 아치는 무려 10개다. 중견수 쪽에서 왼쪽으로 약간 치우친 홈런도 7개였고, 우중월 홈런은 2개였다. 좌월과 우월은 각 4개에 불과했다. 중월홈런은 대부분 백스크린을 맞히거나 전광판 좌우로 넘어가는 대형 홈런이었고 10일 홈런처럼 전광판을 넘겨버린 홈런도 2번이나 있었다.
하늘을 정확히 반으로 쪼개는 박병호의 중월홈런이 많은 이유는 뭘까. 가장 이상적인 타격 타이밍에서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1일 “오른손타자가 잡아당기면 타이밍이 조금 빠른 것이고, 밀어 치면 조금 늦은 것인데 가운데 쪽 타구가 많다는 건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서 맞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상대와 구장도 가리지 않는다. 10일까지 넥센은 홈에서 31경기, 원정에서 26경기를 치렀는데 박병호는 홈에서 20개, 원정에서 7개를 때렸다. 원정 홈런은 광주구장에서 3개로 가장 많았고, 잠실 마산 대구가 각 1개씩이었다. 인천 문학구장과 부산 사직구장에서만 아직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완벽한 타격 타이밍에서 편식 없는 홈런 사냥을 하기에 박병호의 대기록이 점쳐지는 것이다. 박병호는 팀이 남겨둔 71경기에 지금처럼 꾸준히 출전한다면 약 61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2003년 이승엽이 기록한 프로야구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넘어설 수 있고,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지난해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가 기록한 아시아 시즌 최다홈런(60개)도 넘볼만하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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