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10일 제2 도시인 북부 니네바 주의 주도 모술을 장악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50㎞ 떨어진 모술은 서부 안바르 주의 팔루자에 이어 올해 들어 정부가 통제력을 잃은 두 번째 도시가 됐다.
알카에다에서 퇴출된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는 정부군과 나흘간의 격렬한 교전 끝에 이날 모술의 정부 청사와 군 기지를 모두 접수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와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무장세력은 모술 시내에서 확성기로 “해방하기 위해 왔다”며 “저항하는 사람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내무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시내 정부 청사는 물론 경찰서와 공항, 군 기지를 장악하고 3개 교도소에서 수백 명의 수감자를 풀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ISIL가 모술 주재 터키 영사관을 점거하고 영사 등 직원 25명을 납치했다”고 밝혀 사태가 역내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ISIL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터키 관할인 북부 알레포의 사원을 공격하는 등 터키와 적대 관계다.
신화통신은 ISIL가 여세를 몰아 하위자흐, 리야드흐 등 원유 생산지인 키르쿠크의 남서부 도시마저 휩쓸어 장악 지역을 확장했다고 소개했다. 오사마 알누자이피 국회의장은 바그다드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니네바주 대부분이 무장세력의 수중에 떨어졌다”면서 “무장세력이 살라헤딘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에 긴급회의를 소집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무장세력에 저항하는 일반 시민에게 무기와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구 200만 모술에서는 경찰서와 경찰 차량이 대부분 불에 탄 채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시내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으며 피란길에 오른 가족들도 수백 가구에 달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모술 지역의 치안 악화가 크게 우려된다”며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 집단의 무차별 살상을 강하게 비난하고 헌법과 민주적인 절차에 근거해 이라크 각 정파 지도자들이 일치단결해 이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급진 수니파 단체의 행동을 “비열하다”고 맹비난하며 배후 세력으로 인접한 시리아를 겨냥했다. 미 국무부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