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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교통CCTV 조작해 세월호 집회 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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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교통CCTV 조작해 세월호 집회 감시했다

입력
2014.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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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청ㆍ종각 일대 9곳

교통상황 중계 중단하고

줌인ㆍ아웃 수십차례 반복

참가자 200명 쫓으며 찍어

"교통 관리 위해..."

경찰의 거짓 해명 들통

17일 오후 9시 서울교통상황V3앱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 CCTV의 접근이 차단된 화면
17일 오후 9시 서울교통상황V3앱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 CCTV의 접근이 차단된 화면

경찰이 도로에 설치된 교통정보수집용 폐쇄회로(CC)TV를 조작해 세월호 침몰 참사 추모집회를 불법 감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회 참가자를 향해 줌인과 줌아웃도 수 차례 반복한 것이 드러나 “교통관리를 위해서만 사용했다”는 해명도 거짓임이 들통났다.

서울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가 열린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시내 교통정보 CCTV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서울 교통상황V3’애플리케이션에서 광화문 시청 세종로 일대 9곳은 먹통이 됐다(사진). 이 앱은 서울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와 교통관리과가 각각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당시 CCTV가 향한 곳은 도로 교통상황이 아닌 집회 참가자들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이 광화문 CCTV 영상을 열람한 결과 경찰은 이날 오후 5시부터 5시간 정도 최소 10회 이상 줌인-아웃을 하며 집회 참가자 50여명을 쫓아다녔다.

다음날인 18일에도 경찰은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20여 차례 CCTV로 줌인-아웃을 했고, 카메라를 좌우로 회전시키며 집회 참가자 150여 명을 따라다녔다.

경찰은 장하나 의원실이 지난달 19일부터 CCTV 영상 제출을 요구했지만 “전례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16일 만인 지난 3일 서범규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장이 의원실을 찾아가 영상 사본을 공개했어도 집회 규모가 컸던 시청 일대 영상은 아예 가져오지 않았다. 현행법상 CCTV 영상은 30일 간 보관해야 하지만 서 과장은“시청 일대 CCTV는 8일만 저장 돼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CCTV를 이용한 집회시위 감시는 엄연히 불법이다.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도로의 CCTV는 교통정보 수집과 교통법규 위반 단속으로만 용도가 제한돼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안전행정부도 지난 2월 “교통단속용 CCTV를 집회 시위대를 향해 줌인-아웃, 회전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의한 불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세월호 사고 관련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과 학생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항의방문을 하려다 경찰과 충돌, 연행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사고 관련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과 학생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항의방문을 하려다 경찰과 충돌, 연행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취재가 시작되자 조직적인 거짓해명으로 불법감시 사실을 숨기려고만 들었다.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 관계자는“집회시위는 교통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교통통제와 관리 차원에서 본 것”이라 했고, 교통안전과 산하 종합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집회를 본 것은 맞지만 조작은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경찰은 10일에야 “시위대가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 의원실은 “국회 상임위에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서울경찰청장에게는 해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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